세계은행(WB)이 매기는 기업환경 평가(Doing Business)에서 우리나라가 올해 8위를 차지했다. 2007년 30위에 머물던 순위가 2008년 23위, 2009년 19위, 2010년 16위로 매년 상승했고 올해 최초로 10위권에 진입했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3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6위다.
기업환경 평가는 규제 전봇대를 얼마나 뽑았는가에 대한 성적표다. 세계은행이 전 세계 183개국을 대상으로 전기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지부터 창업 투자자 보호 건축 관련 인허가 등 10개 부문을 평가한 뒤 이를 합산한다.
우리나라 순위가 높아진 것은 창업(60위24위), 세금 납부(49위38위) 부문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인터넷으로 집에서 창업할 수 있는 온라인 재택창업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전에는 창업하려면 도장가게부터 은행, 시군구청, 등기소, 세무서, 4대 보험 기관, 노동사무소 등 7개 기관을 직접 찾아야 했는데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도장가게와 노동사무소를 제외한 5곳은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덕분에 창업 소요기간이 14일에서 7일로 단축됐다.
세금 납부 절차가 편리해진 점도 인정받았다. 도시계획세가 재산세로 통합되는 등 지방세목이 간소화됐고 4대 사회보험료를 통합 징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수출입 통관시간을 크게 단축시킨 관세청의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은 다른 나라가 본받을 만한 규제개혁 노력의 대표적 사례로 선정됐다. 유복환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꾸준히 추진한 기업환경 개선대책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며 규제개혁은 돈 들이지 않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끌고 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의 투명경영 분야는 79위(지난해 74위)로 순위가 오히려 떨어졌다. 지배주주가 계열사를 부당 지원할 때 소액주주가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지, 잘못된 경영진에 대해 주주들이 소송을 쉽게 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투자자보호지수가 홍콩은 9점(10점 만점), 미국은 8.3점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5.3점에 머물렀다. 세계 71위에 머물러 있는 재산권 등록 분야도 절차가 복접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동산 등기를 하는데 싱가포르, 호주는 평균 5일이 걸리는 데 비해 우리는 11일이 소요됐다. 이 나라들은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법원을 직접 돌아다녀야 하고 취득세도 많이 내야 했다. 창업 부문 순위가 크게 높아졌다지만 창업비용은 여전히 높았다. 1인당 수입 대비 우리나라는 14.6%인 데 비해 홍콩은 1.9%, 미국은 0.7%에 불과했다. 창업할 때 내는 법인등록세(100만 원)가 수도권의 경우 3배나 중과되는 게 큰 이유였다.
순위가 높으면 그만큼 기업 하긴 편리하지만 사업환경과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브릭스(BRICs) 국가 중 100위 안에 드는 건 중국(91위)뿐이다. 유 국장은 브릭스처럼 자원이 풍부하고 내수시장이 큰 나라에는 규제가 세도 앞다퉈 전 세계 기업이 달려들지만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나라에는 규제 철폐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