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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무방비 중독

Posted January. 14, 200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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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에 이어 안산시 반월공단의 액정표시장치(LCD)부품 회사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집단으로 다발성 신경병증(팔다리 신경마비를 가져오는 병)을 일으켜 이들 중 일부는 2년7개월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역시 LCD 부품을 최종 세척하는 과정에서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노멀헥산 성분이 들어있는 세척제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해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관련 업체들의 작업환경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잇따르는 피해사례=14일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안산시 반월공단 LCD 부품제조업체인 S사(폐업)에서 근무하던 양조국 씨(40)와 여수운(53여), 임아얀 씨(47여) 등 중국인 노동자 6명이 2002년 6월 집단으로 이 병에 걸렸다.

이들은 팔 다리에 부분마비 증세를 보여 이 병원에서 신경조직 검사 등을 받은 결과 노멀헥산 중독으로 인한 다발성 신경장애로 판정받았다.

이들 중 양 씨 등 3명은 이 병원과 안산중앙병원 등에서 2003년 5월까지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았으며 퇴원 후에도 부정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았고 특히 최근 상태가 다시 나빠진 상태다.

양 씨 등이 일했던 S사는 LCD액정 모니터를 생산하는 업체로 이들은 26개월간 밀폐된 공간에서 생산한 LCD 부품을 노멀헥산 성분의 세척제로 닦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성시의 D사에서 근무하다 다발성 신경장애를 얻은 파타라완 씨(30여) 등 태국인 여성노동자 5명은 안산중앙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이밖에도 1999년 H타이어 근로자 1명과 2002년 경기 부천시 D 화학 근로자 1명 등이 노멀헥산에 중독돼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보고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 김병규 차장은 이들은 모두 국내인들로 입원 치료를 받고 모두 완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경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보고된 것이나 역학 조사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전사각지대의 외국인 노동자들=화성시 D사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태국인 여성노동자 5명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특수건강진단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사업주가 불법체류자 고용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검진을 회피한 것인지, 근로자가 스스로 검진을 거부한 것인지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 수원노동사무소는 13일 D사에 대한 1차 조사를 벌인데 이어 조만간 작업환경 측정기준 점검, 특수건강진단 실시, 개인보호구 지급상황 등의 보건조치가 적절히 이뤄졌는지를 조사해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업체 대표 등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규정상 유해물질(총 120종)을 다루는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물질의 독성 정도에 따라 6개월2년에 한 번씩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다.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의 처벌은 1인당 과태료 20만 원에 불과하고 더구나 불법체류자들은 의무 검진대상이 아니다.

고려대 안산병원 박종태 산업의학과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정규직 직원은 독성물질을 취급할 때 정기적으로 직업병 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으로 주로 근무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들은 정기 검진 대상이 되지 않아 이런 피해사례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부는 이들과 같은 증상을 보인 후 지난해 12월 태국으로 귀국한 노동자 3명을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를 받게 하기로 했다.

현재 노동부 조사 결과 전국 367개 사업장 근로자 2600여 명이 노멀헥산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체류 외국인들도 산재처리 가능=이번에 다발성신경장애가 발병한 태국인 노동자는 1명만을 제외하고 모두 불법체류자다. 중국인 노동자 역시 당시 신분은 모두 불법 체류자였다.

그러나 국내법은 불법체류자라 해도 작업장 소속 근로자이고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면 산재처리 되고 통상 치료기간에는 추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