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해라.
정부는 23일 고구려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2일 비밀리에 방한한 우다웨이() 신임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차관)에게 이렇게 촉구했다.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지 말고 학술적으로 해결하자는 2월의 양국 합의를 깬 것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삭제한 중국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이 문제 해결이 수교 12주년(24일)을 맞는 한중관계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해법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부부장의 방한과 숨바꼭질=중국측은 우 부부장의 전격 방한에 대해 한국측에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용히 오겠다는 것 자체가 외교적으론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면 비공개에 대한 국내 여론의 비판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부부장은 이날 오전 카운터파트인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을 만나기 위해 널찍한 로비 대신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외교부 청사로 올라갔다. 외교부도 면담 장소를 통상적인 17층 양자()회의실 대신 18층 조약체결실로 정해 취재진을 따돌리려 했다.
우 부부장의 이번 방한은 공산당 서열 4위인 자칭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26일 방한 이전에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으려는 의도가 짙다.
여야 정치권이 고구려사 문제에 대해서 한목소리로 강하게 중국측을 비판하고 있고, 국회에 관련 특위까지 구성해 놓은 상황이어서 김원기()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방한해 여야 지도부를 만날 예정인 자 주석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이날 우 부부장의 방한 목적은 자 주석의 방한 준비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열쇠는 재발 방지=우 부부장은 이날 고구려사 문제가 더 이상 한중간에 정치쟁점화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안에는 한국 정부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원상회복 요구에 대한 대안과 중국 초중고교 역사교과서 개정 문제에 대한 방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중국이 정부 차원의 고구려사 왜곡을 추가로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다. 이에 대해선 양측간 의견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