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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세계,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 심은진


1.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은 무엇보다도 영화에 관한 영화이다. 우리에게도 흔하지는 않지만 영화에 관해 질문을 던진 영화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만큼 집요하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이 문제를 파고든 것은 없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대한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 속에서 스스로 실천하려 한다.

모든 존재론적인 질문들은 항상 무겁다. 인간이 무엇이고, 우리의 삶이 무엇인가, 우리의 사랑은 어떤 것인가? 그러기에 많은 이들은 삶을 묻는 대신 삶을 살아가고, 사랑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보다는 사랑을 한다. 그리고 많은 영화들은 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보기 보다는 이것은 그냥 영화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정향은 영화에 대해 질문한다. 그러나 그녀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경쾌하다. 존재에 관한 무거운 문제는 밑으로 가라앉고 영화의 표면 위에는 춘희와 철수의 사랑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 본질에 있어 영화는 짝사랑을 닮았다. 영화 속의 인물들과 영화를 보는 우리의 만남은 짝사랑하는 연인의 관계와 같이 서로 비껴간다. 영화를 찍을 때 관객인 우리는 부재 한다. 영화 속의 인물, 배우들은 우리의 시선을 간절히 바라며 우리의 사랑하는 눈빛을 그리며 영화를 찍지만 관객인 우리는 그곳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시선을 던지려 할 때,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영화 속의 배우들은 벌써 떠난 후이다. 그들의 흔적만이 스크린 위에 남을 뿐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은, 연인이 떠나고 난 뒤 간절히 그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과 같다. 영화의 스크린은 이처럼 짝사랑하는 연인들의 시선처럼, 부재와 현존의 시선이 부딪치고 스쳐 가는 장소이다. 영화는 부재와 현존이 항상 어긋나고 비껴 가는 애달픈 짝사랑과 같다.

영화는 짝사랑을 닮아 있기에, 사랑의 이야기로 영화의 존재론적인 질문에 접근하려 한 이정향의 방법은 설득력이 있다. 「미술관 옆 동물원」은 짝사랑하는 춘희와 애인에게서 버림받은 철수의 사랑 이야기이다. 춘희와 철수는 그들의 일방적인 사랑이 가져온 아픔을 잊기 위해 함께 시나리오를 쓴다. 두 사람은 그들의 사랑의 대상이었던 인공과 다혜를 주인공으로 사랑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시나리오는 곧 이 영화 자체의 줄거리가 된다. 시나리오란 영화의 토대가 되는 이야기,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그것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이다. 영화가 되기 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나리오는 우리 누구나 마음에서 꿈꾸는 이야기들, 만들어지지 않은 우리들 마음속의 영화와 같다. 춘희와 철수가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말, 하고 싶은 것들을 시나리오 속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 자신들만의 영화를 만든다. 이루지 못한 꿈들, 가지 못한 길, 붙잡지 못한 연인을 생각하며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마음속에서 영화를 찍는다.

춘희와 철수가 써나가는 시나리오는 만들어져 가는 중의 영화를 의미한다. 또한 밤에는 시나리오를 쓰고, 낮에는 결혼식 비디오를 찍는 춘희는 이야기를 이미지로 바꾸는 사람, 감독에 대한 은유적인 인물이다. 회화 속에 등장하는 붓을 든 화가의 모습은 무기를 들고 있는 군인에 비유된다. 붓은 현실이라는 전쟁터에 나가기 위한 무기이다. 화가의 붓처럼, 군인의 무기처럼 이정향은 이 영화의 처음부터 카메라를 아무 거리낌없이 우리들에게 내민다. 이러한 그녀의 과시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신념의 표현, 자신감의 표현이다. 또한 자신의 전투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정향은 영화라는 존재론적인 질문들, 그 힘겨움 싸움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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