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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악에 있어 신곡의 전개 방향과 그 반성- 전지영


2. 전통음악과 신곡(新曲)

최근 국악계에서는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국악이란 용어 대신 '한국음악'을 사용하면서 한국음악의 범위를 한국에서 창작된 서양음악까지 포함하려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그런 논의에 상관없이 국악과 관련한 창작음악은 의심의 여지 없이 국악, 또는 한국음악에 포함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전통음악'이란 용어는 국악과 동일한 개념으로 쓰이기도 하며, 창작음악과 대비되는 산조나 정악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여기서는 신곡, 또는 창작음악까지 포함하는, 국악과 같은 개념으로 '전통음악'을 사용하고자 한다. 서양음악이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악과 관련한 것이면 모두 전통음악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통이란 단순히 옛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있어 전통이란 과거의 산물이거나 역사적 진실의 의미를 넘어 오늘을 사는 이들의 삶을 규정하고 현재를 가능케한 원동력인 것이다. 전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따라서 전통은 또한 현재와 맞물려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전통음악의 논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음악, 국악에 있어 오늘의 음악은 창작음악, 혹은 신곡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러나 신곡이란 새로운 곡이며, 새롭다는 것은 이미 전통과의 괴리를 내포하고 있는 개념일 수 있다. 전통과 새로움의 마찰은 현재 국악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동시에 국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모색을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 천 년간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우리 음악은 20세기 들어 그 단절의 위협 속에 새로움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음악의 앞날에 대한 모색은 자연 그 논의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과 새로움이 반드시 상충되는 개념은 아니다. 앞서 기술했듯, 전통은 우리의 현재에 잇닿아 있으며,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통과 새로움은 오히려 잘 조화를 이루는 짝이 될 수 있다. 전통이 있기 때문에 새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통음악과 신곡을 논의함에 있어 가장 중시되어야 할 개념은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알고자 하는 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일 것이다.

조선 초기에 건국의 이념을 밝히고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소위 '신악(新樂)'을 창제할 때도, 전혀 새로운 음악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의 향악과 고취악 곡들을 변주하고 확대하여 가사를 붙였다. 기존의 곡을 기반으로 만들었으면서도 '신악(新樂)', 즉 '새로운 음악'이라 불렀으니, 결국 새롭다는 것은 없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더욱 발전시키고 개혁하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러면, 현재 창작되고 있는 신곡들은 과연 우리의 전통을 충분히 살리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신곡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가? 오늘을 사는 이들의 삶은 오늘날 작곡된 곡들을 통해 반영되고 있는가? 신곡들이 국악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최소한 이들이 전통에 기반하고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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