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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경 화
1962년 대구 출생
1983년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일반사회학과 졸업
1997년 시조 동우회 '한결' 동인
1999년 대구시조 공모전 입선
 onlyonewor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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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 혼자 흔들리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 했다. 나 역시 얼마나 많은 날을 흔들려 왔던가. 흔들리다가 결국 범람해 버릴 때 그 때 나를 지탱해 준 것이 시조였다.

처음엔 그러한 내 감정을 카타르시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고 그 착각에서 하나 둘 벗어나면서부터 시조의 멋과 향기에 어느새 매료당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시조를 창작한다는 것은 사물을 보는 것(見)만으로는 부족하며 인식의 확장(觀)을 획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긍정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힘든 부분이 역사관이었다. 도도한 남강의 흐름 속에서 논개의 혈흔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다부동 격전지에서는 그 날의 총성을 들을 수 있어야 했다. 또한 원촌리에 가면 육사의 가슴을 그대로 내 가슴에 담을 수 있어야 했다. 현장에서의 느낌 뿐만이 아닌 내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소리와 또한 그 내면의 소리까지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이미 공감하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색다른 의미로 승화시켜야 할지 막막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물꼬를 틔어주고 길잡이가 되어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바로 민병도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은 시조 한 편을 완성하려면 얼마나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지를 언제나 몸소 실천해 보여주셨다.

처진 어깨를 달래며 귀가하는 시간이었다. 동아일보로부터의 당선 소식은 입석표 한 장을 겨우 구해 들고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또 다른 이정표로 다가왔다. 그리고 출발 1초 전의 기차를 붙들어두고 호각을 마구 불어댄다. 단숨에 올라타는 내 모습이 보인다. 두렵다. 수많은 낯선 사람들의 시선이 마냥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이따금 멈추어 가는 간이역에선 계절을 잊은 마른 들풀들이 나를 위로해 주리라 믿는다.

창밖에 첫눈이 내린다. 내가 잠시라도 사랑했던 사람들 또 잠시라도 미워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저 눈발이 그들의 잠든 머리맡에 하이얀 축복으로 스며들기를 바라며 내 이제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큰 용기를 준 동아일보사와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께도 언제나 더 나은 작품으로 보답할 것을 함께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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