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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선정하는 '반헌법 행위자'

Posted August. 12, 201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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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보진영이 헌법을 자주 거론한다. 강만길 서중석 함세웅 씨 등은 어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광복 70년, 역사와 헌법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독립운동의 전통을 계승한 제헌헌법과 민주화운동 정신에 기초해 개정된 현행 헌법의 핵심 가치들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비판하고 분단 극복을 외치던 이들이 이번엔 대한민국의 토대인 헌법을 강조했다는 게 눈길을 끈다.

오늘 서울 백범기념관에서는 누가 반()헌법 행위자인가라는 주제로 반헌법행위자 열전(가칭) 제정을 위한 1차 토론회가 열린다. 기조발제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맡는다. 반헌법행위자 열전에 수록되려면 일단 공직자이거나 공권력의 위임을 받아 직무를 수행한 자여야 한다는 점.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1981년 부림사건의 고영주 변호사,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 등도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진보가 그들만의 잣대로 선정한 반헌법 행위자를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나로서는 반헌법행위자라고 하면 대한민국을 폭력으로 전복하려고 선동했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통진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위헌정당으로 해산됐다. 1968년 통일혁명당 간첩 사건에 연루돼 형을 산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는 무슨 이유인지 재심도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자가 아니면 모두 빠져나가는 반헌법행위자 열전을 누가 공정하다고 할까.

진보진영이 같은 주장을 해도 헌법에 근거한다는 인상을 주면 지지를 얻기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광우병 시위부터 영화 변호인을 거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원내대표 고별사에 이르기까지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지닌 호소력을 체감한 탓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과 헌법을 얘기하는 진보가 색다른 것만은 틀림없지만 편협한 이념에 갇힌 헌법해석에 바탕을 두지 않아야 할 것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