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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영어 절대평가, 사교육도 못 잡고 국제화 역행한다

수능영어 절대평가, 사교육도 못 잡고 국제화 역행한다

Posted December. 26, 20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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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현재 중3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2018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영어 과목에 절대 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등급을 몇 단계로 어떻게 나눌지는 내년에 결정할 방침이다. 지금은 영어 성적이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으로 나오지만 절대 평가로 전환되면 등급만 제공된다. 절대평가 체제에서는 수험생 전원이 최고등급을 받는 일도 가능하다.

올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영어 사교육 부담의 대폭 경감을 주문하면서 교육부는 절대평가 도입에 매달렸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올해 8월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 방침을 밝힐 때부터 교육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한양대가 고교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을 넘는 교사들이 상대 평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60%는 절대 평가와 사교육 줄이기 효과의 관계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영어 사교육은 다소 줄지 몰라도 풍선 효과로 수학 국어 등으로 사교육 이동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1994학년도부터 시작된 수능의 핵심은 상대 평가이지만 정부가 그 틀을 무너트리고 있다. 수능의 다른 과목은 상대 평가인데 영어만 절대 평가로 적용한다고 해서 사교육 수요를 줄이지도 못하고 영어 시험의 변별력 확보만 어려워질 것이다. 대학들은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영어 면접과 논술 등 대학별 평가를 시도할 가능성이 많다. 어학연수나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유리해지거나 영어 사교육 수요를 더 부추길 수도 있다.

어제 교육부는 그간 제기된 우려에 대한 명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대입 전형 체제가 확립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사교육 줄이기라는 목표에만 매달려 학력 증대라는 교육정책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 평가든 절대 평가든 시험의 변별력은 필요하다.

영어는 자본과 노동의 국경이 사라진 국제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수능과 입시전형의 근본 변화 없이 국소 처방만으로 사교육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단견이다. 글로발 시대에 걸 맞는 인재양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학력의 하향 평준화로 역주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