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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한국

Posted February. 26, 201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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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다] 인터넷 신조어로 something(무엇)의 some과 동사 타다의 합성어. 호감 가는 상대와 정식 교제에 앞서 핑크빛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를 뜻한다. 연인은 아니지만 묘한 기류가 흐르는 상대를 두고 썸남 썸녀라고 부른다.

젊은이들 사이에 썸타기가 유행이다.

온라인에는 썸타는 오빠가 절 헷갈리게 해요 썸타는 걸까요, 절 싫어하는 걸까요 썸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할까요란 질문이 줄줄이 올라온다. 사연을 읽어보면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다수다. 30대 직장인이 직장 동료에게 썸을 느끼고 고민 끝에 올려놓은 듯한 글도 있다. 이런 질문에는 썸타는 상대 애태우기부터 썸 끌어내는 법까지 구체적인 답글이 달린다. 중학교 교사 박모 씨(30)는 썸타는 이성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 요즘 10대들의 중요한 관심사다고 전했다.

유행에 민감한 대중가요가 이를 놓칠 리 없다. 프로젝트 그룹 소유X정기고가 부른 노래 썸은 2123일 지상파 3사의 가요순위 프로그램 1위를 독식했다.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네꺼인 듯 네꺼 아닌 네꺼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란 노랫말에는 썸탄 남녀의 미묘한 심리가 나온다. 가수 케이윌은 신곡 썸남썸녀에서 미뤄 고백이나 뭐 그런 진심은 우리 나중에 다 나누면 돼라고 노래한다. 가수 포이의 노래 그렇구나는 좀더 직설적이다. 우리 관계 지금 썸타는 거잖아 남에서 님로 빼자 점 하나.

썸을 다룬 개그 프로그램도 인기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썸앤쌈은 1월 11일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시청자 투표에서 1, 2위를 기록하는 인기 프로다. 이 코너는 사람들이 꿈꾸는 알콩달콩한 썸과 실제 현실을 쌈으로 대비해 보여준다. 지난해 시작한 KBS 개그콘서트의 두근두근도 서로 좋아하지만 고백은 못하는 소꿉친구의 이야기를 다뤄 인기 코너로 자리 잡았다. 코미디 빅리그 김석현 PD는 썸이 연애 전 단계로 자리 잡으면서 시청자들의 썸에 대한 공감과 궁긍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왜 요즘 젊은이들은 유행처럼 썸 타는 걸까. 여대생 남영희 씨(25)는 요즘 우리 또래는 상처받기 싫어서 썸이란 단계를 만들고 즐기기도 한다고 했다. 박주희 씨(25)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존심 상해서 고백은 못하고 속으로 지치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썸탈 때가 제일 설레는 시기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섬타기 유행에 로맨스 중독과 자기방어 심리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쓴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10, 20대는 잠깐이라도 연애를 안 하면 불안해하는 강박증이 있다며 하지만 그만큼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니 연애가 깨졌다보다 썸타다 엎어졌다 같은 표현을 쓰며 불확실한 연애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려 한다고 설명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