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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약세 장기화 건설업계 아시아 인프라 수주 빨간불

엔약세 장기화 건설업계 아시아 인프라 수주 빨간불

Posted January. 13, 201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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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시작된 핀란드 원전 건설사업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됐던 한국 컨소시엄이 최근 엔화 약세라는 복병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핀란드 원전회사 TVO가 발주한 150만 kW급 올킬루오토 원전 4호기를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나라는 한국과 일본 프랑스 등 3개국.

한국은 당초 핀란드 진출로 세계 원전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유럽 원전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가 무뎌지면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된 것. 지난해 악몽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한국은 터키 원전 건설사업에서도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자국 금융회사를 통해 자체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한 일본 업체에 수주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한국 건설업체의 해외 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6월 말 100엔당 1510원 수준이던 원-엔 환율은 12일 1010원으로 50% 가까이 떨어졌다. 일본 정부가 각종 금융 지원으로 해외 건설 수주를 적극 독려하고 있어 위기감은 더 크다.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아시아 지역에서 경쟁 불가피

일본 정부는 현재 약 1000억 달러 수준인 일본 기업의 해외 인프라 수주 실적을 2020년까지 약 3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앞으로 최대 발주처로 떠오를 아시아 개발도상국 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장은 몇 년간 한국 건설업체들도 공들였던 시장이다.

미국 유력 건설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주요 건설사가 아시아 시장에서 따낸 수주액은 141억1850만 달러다. 2009년 아시아 시장에서 체결한 계약액 69억3620만 달러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2012년 전체 수주액(210억1680만 달러)에서 아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도 67.2%로 2009년 39.2%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문제는 아시아 시장이 한국도 노리고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이 아시아에서 수주한 공사 금액(275억 달러)은 중동 지역(261억 달러) 수주액을 넘어섰다. 2000년 이후 13년 만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은 대형 교통 인프라 구축 등으로 앞으로 10년간 6000억 달러의 발주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시아 신흥국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프라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 업체에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지만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이 치고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앞으로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도 정부 지원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엔화 약세가 해외 수주 입찰 결과를 뒤바꿀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공격적으로 일본 건설업체를 지원하면 위기감이 실제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건설사, 공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힘을 합쳐 해외로 진출하는 저팬 패키지 전략을 쓰고 있다. 286억 달러 규모 총 45개 사업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수도권 개발계획에는 일본 기업 11개가 참여해 2020년까지 공사를 진행한다.

일본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차관 95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일본은 이처럼 아시아 시장에 해외 건설 수주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일본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데 이곳은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을 노리고 있는 지역이라며 장기적으로 큰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가격 경쟁력 때문에 포기한 지역에 다시 입찰을 시도해볼 수 있으므로 한국 정부도 일본처럼 해외 수주 건설 업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