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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빛둥둥섬의 부활

Posted September. 14, 201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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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플로라(Soul Flora). 꽃과 봄의 여신 플로라의 정령()이라는 뜻으로 한강 반포대교 옆에 있는 세빛둥둥섬에 처음 붙인 이름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곳에 인공섬을 만들겠다고 처음 발표한 2007년엔 그저 플로팅 아일랜드라고 불렸다. 떠있는 섬이라는 밋밋한 이름. 이듬해 설계안이 확정되면서 솔 플로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형태도 꽃씨, 꽃봉오리, 활짝 핀 꽃 모양의 3개 섬으로 확정했다. 사업체 이름도 솔 플로라 컨소시엄이 됐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서울 유치가 확정되자 오 전 시장은 정상회의를 이 섬에서 열고 싶어 했다. 이곳만큼 한강의 기적을 잘 알릴 만한 공간은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자신이 주도한 한강르네상스 및 디자인서울 정책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G20준비위는 정상회의 장소는 물리적으로 의전, 보안, 경호가 가장 중요한데 인공섬은 너무 좁다며 불가()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G20 회의가 열렸던 코엑스는 전시 면적만 3만6000m로 이 섬의 제1섬(4700m)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다.

순한글 이름인 세빛둥둥섬으로 개명한 것은 완공 후 시민들에게 처음 개방한 2011년이었다. 세빛은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을 뜻하며 다양성과 조화, 화합을 상징한다. 하지만 새로운 빛의 새빛으로 아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언론 등에서도 새빛둥둥섬이라는 오기가 자주 나타났다.

현실에서도 섬은 화합이 아니라 갈등 요인이었다. 현직 시장의 전직() 지우기 주 타깃이 된 것. 박원순 시장은 취임 직후 특별감사에 착수해 총체적 부실 사업으로 낙인찍었다. 미운털이 박히자 구조물은 2년 4개월간 방치돼 도시의 흉물로 변해 갔다. 건설비 1390억 원은 매달 6억 원의 금융비용만 발생시켰다. 하지만 애써 만든 구조물을 놀린다는 비난이 날로 커지면서 서울시는 결국 그제 이 섬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세빛둥둥섬의 부활을 계기로 시정이 세빛 정신을 회복할지 궁금하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