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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교통사고는 대부분 과속탓 피해 상황 전할때마다 무서워요

새벽 교통사고는 대부분 과속탓 피해 상황 전할때마다 무서워요

Posted January. 16, 20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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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교통방송(tbs)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배우 김정난 씨(42)는 이 시각 교통상황을 전할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교통사고 소식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막을 내린 인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그가 연기했던 청담동 마녀 박민숙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극 중에서는 서울 강남 거리의 빌딩을 여러 채 소유하고 도도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등 당찬 모습이었지만 라디오 DJ 김 씨는 한없이 여리다. 김 씨는 오늘은 사고 소식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런 날이 많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는 사고는 대부분 과속이 원인인 탓에 인명피해도 커 걱정이 많다고 했다. 김 씨는 시동 꺼! 반칙운전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내가 반칙운전자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교통사고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22세 때 처음 운전면허를 따 올해로 20년 넘게 운전해왔지만 상당 기간 과속과 끼어들기 등 반칙운전을 일삼았다고 털어놨다. 도로에 차가 없으면 무섭게 속도를 올렸고 아슬아슬하게 끼어들거나 추월하면 묘한 승리감을 맛봤다고 했다. 내 반칙운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쾌했고 위협을 느꼈을지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워요. 양보하는 건 내 운전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어요.

지금 운전습관은 몇 점이냐는 질문에 김 씨는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예상보다 높은 점수를 준 이유를 묻자 김 씨는 지금은 안전벨트 정지선 제한속도 등 교통법규를 정말 잘 지킨다. 드라마 속에서는 주로 도도하고 당찬 역할을 맡지만 운전은 점점 소심한 스타일이 되고 있다며 웃었다.

몇 번의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4년 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김 씨는 옆 차로에 서 있던 오토바이가 과속으로 달리던 택시에 들이받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정신을 잃고 공중에 떠버린 오토바이 운전자의 얼굴이 김 씨의 기억에 박혔다.

너무 놀라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신호를 잘 지키며 가던 오토바이가 그렇게 사고를 당하는 걸 보고는 반칙운전 습관을 확 뜯어고쳤죠.

지금은 매니저가 바쁜 일정에 쫓겨 속도를 높일라치면 늦어도 좋으니 안전하게 가자며 안전운전을 당부할 정도다. 김 씨는 100점 운전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도 고백했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가 있다고 했다. 스피커폰이나 이어폰을 이용해 통화해도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지만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확인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이제부턴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 이틀 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안 한다는 약속 잘 지키고 있죠?라는 기자의 문자메시지에 김 씨는 네 잘 지키고 있어요^^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