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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원 선심성 쪽지 예산 없애는 게 새 정치다

[사설] 의원 선심성 쪽지 예산 없애는 게 새 정치다

Posted November. 27, 20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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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 성장률을 3.4%에서 3.0%로 낮춰 잡았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짜며 가정한 성장률(4%)보다도 1%포인트 낮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3.5%에 그칠 경우 국세수입이 정부 예상보다 2조3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가 나빠지면 돈 들어올 구멍은 좁아지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추가로 쓸 돈은 늘어난다. 위기를 대비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최대한 줄이되 일자리 창출과 고용 지원서비스와 같이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분야에 예산 집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내년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 모습에서 위기감이 국가 경영을 위한 고뇌를 찾아보기 어렵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원이나 총선 복지공약 해결을 위한 선심성 예산 늘리기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12개 국회 상임위원회가 모두 12조 원의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반면 예산 감액 요구는 1조 원에 불과했다. 혈세 낭비를 감시해야 할 국회가 뺄셈보다 덧셈만 열심히 한 것이다. 국토해양위는 3조8641억원을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다. 주로 의원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이다. 보건복지위는 복지부장관의 반발에도 영유아 무상보육, 아동수당 지급,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에 쓸 2조5710억 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여야가 기 싸움을 벌이느라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늑장 구성해 올해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다음달 2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가 제몫을 못하니 정부가 도리어 정치권의 쪽지 예산(예결위에 쪽지를 넣어 반영하는 선심성 지역 예산)과 민원성 법안을 감시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최종찬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전 건설교통부장관)는 재정적자와 국채발행 한도를 법률 등으로 정하고 재정지출 유발 법안에 대해 재정 추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매년 되풀이되는 쪽지예산과 늑장 예산안 처리와 같은 후진적 관행을 놔두고 대선후보들이 복지예산 충당을 위한 세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것은 공허하다. 안철수 씨가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부동표()가 10% 정도에서 20% 안팎으로 늘어났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은 정치 개혁과 쇄신을 거론하며 갈 곳 정하지 못한 안철수 지지자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정치 쇄신도 못하면서 안철수 표 이삭줍기만 하려는가. 의원 선심성 쪽지 예산부터 없애는 게 새 정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