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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기술력 상징 한국에만 왜 없나 ?

Posted October. 25, 201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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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릉.

13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포뮬러원(F1) 경주에 앞서 스포츠카 한 대가 V8엔진 특유의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LS AMG GT. F1 경주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을 위해 투입되는 공인 세이프티카다. 최고출력은 591마력으로 벤츠의 모델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슈퍼카다.

벤츠의 슈퍼카가 F1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동안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비보가 전해졌다. 한국 최초의 슈퍼카로 주목받던 어울림모터스의 스피라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스피라는 2010년 출시 이후 30여 대가 팔리는 데 그치는 부진을 겪었고 제조회사도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한국산 슈퍼카의 명맥이 사실상 끊겼다.

반면 해외 자동차 회사들의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 경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전문 스포츠카 브랜드는 물론이고 도요타나 제너럴모터스(GM) 같은 대중차 업체도 고성능 스포츠카를 속속 내놓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아이콘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세계 5위 자동차 생산 국가(2011년 427만 대)에 올랐지만 내세울 만한 고성능 스포츠카가 없다. 현대자동차가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를 내놓았지만 성능이나 정통성 측면에서 유명 슈퍼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슈퍼카에 대한 투자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저렴하고 적당한 성능을 가진 차를 내세워 성장해온 한국 자동차 회사들에 슈퍼카 생산은 무리일까.

수천억 원의 적자가 오히려 득

출력이 500마력을 넘는 슈퍼카는 엄청난 개발비용과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슈퍼카 개발을 주저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기술력 확보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이득이 훨씬 크다는 판단에서다.

일반적인 신차 개발에는 3000억4000억 원이 든다. 업체들이 개발비용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고성능 스포츠카의 개발은 대중차보다 1.52배의 비용이 든다는 게 정설이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판매로 수익을 남기는 업체는 많지 않다. 포르셰와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 외에는 대부분 적자다.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와 달리 0에서부터 모든 걸 일궈야 하고 판매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진석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