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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줄고 수시도 줄고 위기의 외고

Posted November. 15, 201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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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외고, 수시에서 역차별당했다

용인외고 관계자는 예년과 비슷하게 충분한 내신과 영어 스펙을 갖춘 아이들을 지원시켰는데 말도 안 되게 다 떨어졌다. 당연히 합격할 수밖에 없는 내신을 가진 아이들 일부만 합격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연세대 수시에 지원한 학생 가운데 합격률이 5% 정도밖에 안 된다며 외고에 대한 매도이며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원외고 관계자도 연세대 2개 전형 합격자가 작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도 유능한 학생을 뽑고 싶을 테니 뭔가 다른 길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위권 외고들이 이처럼 저조한 수시 실적을 기록한 것은 연세대가 올해 수시 글로벌리더, 언더우드국제 전형에서 내신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영어 능력 평가 비중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지난해까지 토플, 텝스 등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점수대로 반영했지만 올해에는 상중하 3단계로만 나눴다. 외고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격선인 상은 토플IBT 100점, 텝스 777점 이상이다. 외고 교사들은 이 기준은 대부분의 외고 학생들이 넘어선 매우 낮은 기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덕외고 관계자는 텝스 780점이나 900점이나 같은 점수를 받는다는 의미라며 영어 능력에서 앞서지만 내신은 불리한 외고 학생들에게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세대 수시에서 모든 외고가 역차별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서울외고는 예년보다 합격자가 오히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고양외고, 성남외고, 수원외고, 김포외고 등도 작년보다 합격자가 소폭 늘었다고 밝혔다. 입시 전문가들은 최상위권 외고에서는 내신 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를 바라보고 연세대 수시에 지원하지 않지만 중위권 외고에서는 내신 상위권도 연세대를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올해 연세대 수시에서 내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외고 압박 효과 나타나나

연세대 측은 특정 학교에 유불리를 준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세대는 최근 2012학년도 입학전형계획을 발표하면서 2013학년도부터 외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글로벌리더 전형을 폐지하기로 하는 등 외고에 불리한 형태로 입시체제를 개편하는 중이다. 교육계에서는 외고 우대로 비난을 받은 연세대가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대학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그동안 우수한 외고 학생들을 뽑기 위해 대학들이 실제 발표한 것보다 내신 반영 비율을 낮춰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추진 중인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들의 이 같은 편법을 엄격하게 단속한다고 하고 있어 외고생 우대는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는 외고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하는 외고 개편안을 내놓으며 외고 옥죄기를 계속해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당시 차관이었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자율형사립고 같은 다양한 학교로 선택권이 넓어졌기 때문에 외고만 명문고가 아니다라며 외고 폐지는 상향평준화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내세운 자율고가 외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이었다.

외고 옥죄기는 경쟁률 약화로 이어졌다. 경기도 9개 외고의 경쟁률은 2009학년도 6.7 대 1에서 2010학년도 3.6 대 1, 2011학년도 2.3 대 1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아직 서울지역 외고는 2011학년도 모집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경쟁률인 3.1 대 1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고 울고, 자율고 웃고

자율고 측에서는 외고에 불리해진 수시 전형을 반기는 분위기다. 외고에서 자율고로 전환한 용인외고 관계자는 2013학년도에 연세대 글로벌리더 전형이 폐지되는데 그때는 자율고로 바뀐 다음 뽑은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이라며 문과뿐 아니라 이과 쪽으로도 진학을 노려볼 수 있어 학교 진학 실적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자율고로 전환한 서울 휘문고 관계자는 수시에서 내신 비중이 커지면 자율고도 타격을 입지만 외고가 더 많이 불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