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절반이 깡통주택 집 줄테니 빚독촉 그만

Posted November. 14, 2008 08:15   

中文

집값 급락, 줄어드는 일자리, 소득 감소.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미국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몇 달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자동차보험도 없이 차를 몰고 다니거나, 약값을 줄이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 졸업반 학생들은 직장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파산 신청뒤 가게 비우기도

뉴저지 주는 집을 팔아도 모기지 잔액을 모두 갚을 수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10채 중 1채(9.3%)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빚을 갚는 대신 차라리 은행에 집을 내주는 주택보유자가 적지 않다.

그나마 뉴저지 주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주택 거품이 많았던 네바다 주는 깡통주택 비율이 47.8%, 자동차산업 중심지로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은 미시간 주는 38.6%나 된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빈 상가도 즐비하다. 버지니아 주에서 상가 임대업을 하는 마이클 최(63) 씨는 상가 다섯 군데가 몇 달째 비어 있다. 상가를 인수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임대가 안 나가는 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 씨는 임차인 가운데 2명은 은행 빚을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고 가게를 비웠다며 사정이 딱해 보여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지만 보증금을 그냥 돌려줬다고 말했다.

14년 만의 최악인 고용 사정

뉴욕타임스는 최근 주방용품 회사에 다니다 지난 1월 정리해고된 후 지금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켄 스텔마(49) 씨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주급 1200달러를 받던 그는 매주 562달러의 실업수당에 의지해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다니던 회사의 퇴직자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매월 250달러의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돈이 없어 다음 달부터 무보험자로 전락할 신세다.

스텔마 씨는 홈디포 등 10여 곳에 이력서를 내고 연락을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현재 미국 실업률은 14년 만의 최고 수준인 6.5%. 실업상태인 사람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버지니아 주에 살고 있는 교민 김대영(61) 씨는 교포 사업자 가운데는 소규모 주택 건설 관련 하청공사를 맡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건설경기 침체로 일거리가 없어 몇 달째 수입이 없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취직 못해 발만 구르는 대학 졸업생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에서 사회학과 역사를 복수 전공한 미겔 메렌데스 씨는 5월 졸업 후 이력서를 300곳 이상 보냈지만 아직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금을 갚기 위해 현재 주택 페인팅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마케팅이나 정치 분야의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직장을 구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미 대학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52%가 신규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학 졸업반 학생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불황으로 약값마저 줄인다

캔자스시티에서 회계담당 매니저로 일하는 마틴 슈와젠버거(56) 씨는 당뇨를 앓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리피토 복용을 줄이고 있다. 그는 한 달 치 약을 받아 40일 정도 복용한다며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중산층 이상의 돈 있는 사람들도 지갑을 닫기는 마찬가지다. 고급 패션 전문 백화점 체인인 니먼 마커스는 10월 매출이 27%나 줄었다. 중산층 주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유통 체인 JC페니도 매출이 13% 줄었다.

버겐카운티에 사는 주부 엘리자베스 루이스(46) 씨는 남편의 연봉이 12만 달러 정도 되는데 기업들이 앞 다퉈 해고를 한다고 해서 불안하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하던 외식도 자제하며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 이기홍 higgledy@donga.com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