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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서장대 폐목재로 만든 ‘남이장대’

불에 탄 서장대 폐목재로 만든 ‘남이장대’

Posted December. 03, 2016 07:05   

Updated December. 03, 20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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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섬 선착장엔 이런 글이 붙어 있다. ‘나미나라 공화국(Naminara Republic).’ 매표소에 ‘출입국관리사무소’란 간판을 붙인 이유다. 이 ‘섬나라’의 교통편은 두 개. 선박(왕복)과 집와이어(Zip Wire·육지→섬 일방)다.

  ‘나미나라 공화국’은 원래 섬이 아니다. 북한강의 청평댐 축조로 수면이 올라가며 육지가 고립되어 생긴 섬 아닌 섬이다. 1960년대에 민병도 씨(1916∼2006)가 한국은행 총재를 물러나며 받은 퇴직금으로 사들였다. 당시에는 아홉 가구가 땅콩농사나 짓고 뽕나무만 있던 척박한 땅이었다. 그게 나무가 우거진 섬으로 개벽한 건 당시에 시작한 나무심기와 조경 덕분. 민 씨는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민병갈 씨(1921∼2002)와 친구였고, 두 사람은 경쟁하듯 남이섬과 천리포에서 나무심기에 정성을 쏟았다.

 그런 남이섬에서 가장 괄목할 대목은 ‘재활용을 통한 부활’. 섬에 넘쳐나는 생명력의 원천이 버려지거나 죽어버린 폐품이란 것이다. 첫 사례는 호안(湖岸)보강. 섬이 아니고 강변이다 보니 토양유실이 많다. 폭우로 상·하류의 댐 수문을 모두 열면 북한강의 유속이 빨라지고 빨라진 물길은 섬의 살을 쓸어가 버린다. 그걸 막기 위해 쌓은 석축의 돌은 1970년대에 철거한 여의도비행장의 활주로에서 갖고 온 것이다. 

  ‘상상마루’분수대와 ‘유리메타’다리를 장식한 두꺼운 판유리도 비슷하다. 삼성증권이 2009년 사옥을 이전하며 처리를 고민했던 재활용불가 판막이용 강화유리다. 섬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초록빛깔 유리타일도 섬 개발 때 끝도 없이 나오던 빈 소주병을 녹여 만든 것. 송파은행나무길의 노란 은행잎도 그 절반은 서울 송파구청이 관내에서 수거해 보내준 것이다.

 재활용의 백미는 남이 장대(將臺·장수가 올라서서 지휘하던 대). 대형기단 위에 있는 높이10.8m의 이 2층 누각은 2006년 화재로 잿더미가 된 수원 화성(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장대의 복사판. 나미나라는 문화재청, 수원시와 협의해 서장대의 폐목재를 가져와 이 건물을 지었다. 모자란 부분을 채운 목재와 기와도 특별하다. 나무는 낙산사 화재(2005년) 때 불타 죽은 소나무를 켠 것이고, 기와는 지리산 쌍계사가 새 기와로 바꾸며 버린 것이다. 호텔 정관루 잔디밭의 조형석은 맷돌을 파내고 버린 기하학적 문양의 석재이고, 드라마 ‘겨울연가’에 등장했던 벽난로집인 초옥공방은 강 건너에 버려졌던 100년 폐가를 살린 것이다.

 이런 상생과 부활은 섬에 상주하는 환경운동연합과의 긴밀하고도 끈끈한 협업의 결과이다. 쓰레기는 자원화가 원칙. 죽은 나무도 거꾸로 세워 조형물로 활용할 정도다. 태운 나무의 재도 기념품을 생산하는 도자기공방의 잿물원료로 쓴다. 아모레퍼시픽이 보내온 화장품 폐용기도 섬 입구에 세운 ‘사랑과 평화의 등대’에서 다시 태어났다.

 섬엔 유니세프 홀도 있는데 수입금은 제3세계 어린이의 예방접종에 쓰인다. 방문객이 만들어 기증하는 ‘아우(AWOO)’라는 이름의 봉제인형을 ‘입양해’ 자금을 마련한다(이곳에선 인형판매를 ‘입양’이라고 한다). 그러니 나미나라는 ‘생명의 섬, 부활의 땅’이라 할 만하다.



춘천(강원)=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