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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모처럼 상쾌한 문학의 쾌거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모처럼 상쾌한 문학의 쾌거

Posted May. 18, 2016 07:20   

Updated May. 18, 201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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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한강(46)이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의 작가 한강과 번역자 영국인 데버러 스미스 씨(28)를 공동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고 평했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2005년 신설돼 2년마다 작가의 평생 작업에 대한 상으로 주어졌으나 올해부터 매년 한 편의 수상작을 선정한다. 한강이 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무크, 중국의 엔렌커 등 5명의 쟁쟁한 최종후보를 제치고 그 상을 첫 수상한 것은 한국문학의 위상과 자부심을 높여준 쾌거다.

  ‘채식주의자’는 폭력의 상징인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하는 극단적 삶을 선택한 여주인공을 그린 연작소설이다. 2007년 국내 출간됐지만 작년 1월 영역본으로 소개되면서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 같은 세계 유력지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6년간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힌 젊은 학자가 ‘미와 공포의 섬뜩한 혼합을 완벽하게 번역’해내 폭력과 상처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를 다룬 원작의 힘을 살린 덕분이다.

 비영어권 작품이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려면 번역의 힘이 중요하다. 맨부커상이 작가와 번역가를 한 팀으로 선정해 상금(5만 파운드)을 반반씩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설가 한승원 씨의 딸인 한강은 수상소감에서 “한국에는 훌륭한 동료와 선후배 작가들이 많이 있는데 제가 좋은 번역가와 편집자를 만나 행운”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학의 약진에 속도를 내려면 이번 같은 성공 사례가 확산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마다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을 기다려보지만 안타깝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연초 미국 시사교양지 ‘뉴요커’에는 “한국인들은 책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는 내용의 쓴소리 칼럼이 실려 우리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문학의 터전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먼저다. 이번 수상이 작가 개인의 영예를 넘어 한국문학의 가치와 완성도를 인정받는 도약의 기틀이 되길 기대한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