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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맞서 싸운 미일, 역사적 화해 급물살

제2차 세계대전 맞서 싸운 미일, 역사적 화해 급물살

Posted May. 12, 2016 07:42   

Updated May. 12, 20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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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맞서 싸운 미국과 일본의 역사적 화해 외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의 피해 지역을 방문해 오랜 앙금을 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범국가로 ‘가해자’인 일본과 이로 인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이 똑같이 화해 제스처를 주고받는 형식의 답방외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는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제 강점기의 고통을 겪은 한국과 중국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무척 복잡하다.

○ 환영하는 일본 “미일 동맹 강화의 초석”

 전날 밤 발표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소식에 11일 일본은 환영 일색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전후 71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해 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산케이신문은 “‘핵 없는 세상’ 향한 동맹의 헌신”이라는 기사 제목을 뽑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진주만을 방문하는 일정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 보도에 대해 “정부로선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라며 일단 부인했지만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지만”이란 단서를 달아 도망 갈 틈을 만들어 놨다.

 이 계획이 성사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의 성격이 될 것은 분명하다. 미일 정상이 태평양전쟁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장소를 교차 방문함으로써 양국이 과거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아베 정권은 향후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집권 여당 내에서는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 미국은 “사과 아니다” 못 박아

 백악관은 ‘히로시마 방문=원폭투하 사과’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히로시마 방문이 과거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과로 비칠 수 있는 원폭 피폭자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면담)기회가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메시지를 총괄하는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날 백악관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미일이 얼마나 깊고 끈끈한 동맹을 구축해 왔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역사를 알아야 과거, 현재, 미래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USA투데이는 “일본인 다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는 여론조사가 있지만 동시에 많은 일본인이 방문 자체를 사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과 중국 등 일제 강점기를 거친 주변국들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자칫 동북아에 또 다른 논쟁적 이슈를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