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뒷북 친 기업 구조조정으론 ‘돈 먹는 하마’나 만든다

뒷북 친 기업 구조조정으론 ‘돈 먹는 하마’나 만든다

Posted April. 27, 2016 07:22   

Updated April. 27, 2016 07:34

中文

 정부는 어제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경기민감업종, 대기업그룹, 공급과잉업종 등 ‘3개 트랙’으로 나눠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조선과 해운업종은 큰 방향만 제시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개별 기업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철강 석유화학업종은 설비감축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재편을 추진키로 했다. 구조조정 재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을 확충해 마련하기로 했다.

  ‘발등의 불’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하되 자구노력이 미흡하면 원칙에 따라 법정관리도 불사한다고 밝혔지만 두 회사 모두 살리기는 힘들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 3’도 추가 인력감축과 급여 체계 개편 등 추가 자구계획 수립을 요구한다지만 미흡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우조선의 2300명을 추가 감축은 작년 10월 4조2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을 때 포함된 내용에 불과하다. 금융위가 78조 원의 빚더미에 올라있는 해운 2사와 조선 3사의 합병이나 빅딜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미리 못 박은 것도 신중치 못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법론과 일정이 빠져 도무지 미덥지가 않다.

 무엇보다 정부당국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부실을 키웠다. 임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6월 8월에도 “비 올 때 우산 뺏기식 영업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번에도 정리해야 할 기업을 정리하지 못하고 돈만 대주는 하나마나한 구조조정에 그친다면 ‘돈 먹는 하마’나 만들고 말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대량 실업 등 고통을 수반하지만 구조조정을 늦추면 훨씬 큰 어려움이 닥칠 수밖에 없다. 실업대책은 필요하지만 정치권이 이를 빌미로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는 것은 금물이다.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기업 대주주와 노조에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고통을 분담시켜야 한다. 구조조정이 실패하거나 타이밍을 놓친다면 해외 투자가들 사이에 한국의 개혁의지에 대한 회의가 커져 자칫 ‘제 2의 외환위기’ 같은 심각한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 알맹이 있는 구조조정 작업의 속도를 내야 한다.



권순활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