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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홍보하는 영문사이트 구글 검색은 막아놔 무용지물

문화유산 홍보하는 영문사이트 구글 검색은 막아놔 무용지물

Posted July. 24, 201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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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 조선의 왕궁이었던 경복궁. 한국을 대표하는 이런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문화재청은 영문() 설명을 담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영어를 쓰는 외국인은 문화재청의 영문 안내를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이 Gyeongbokgung(경복궁)과 Seokguram(석굴암)의 설명을 찾으려면 인터넷 검색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구글, 야후 같은 검색엔진에서는 석굴암을 영어로 쳐도 문화재청 웹사이트의 콘텐츠가 검색되지 않는다. 누리꾼들이 만드는 위키피디아나 엉뚱한 개인 블로그가 맨 위에 나올 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문화재청이 해당 웹사이트에 대한 검색엔진의 접근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보라고 만들어 놓은 자료를 외국인이 쓰는 검색엔진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막아놓는 게 예삿일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위해 만들고 외국인에게 감춰

이는 비단 문화재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갔던 한국의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의궤(uigwe)가 검색되지 않고, 국립국어원에서는 외국인을 위해 만들어놓은 한국어 교육서비스가 검색되지 않는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인터넷 강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외국인을 위해 만든 한국의 수많은 인터넷 정보가 세상을 향한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숨겨져 있었다. 정부의 영문 웹사이트부터 한류 스타, 수출기업까지 사례도 다양했다.

한류스타 빅뱅을 검색창에서 검색하면 공식 웹사이트가 검색되지 않는다. 문화재청처럼 검색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빅뱅의 앨범(Big Bang discography)을 검색해도 빅뱅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공식자료 대신 팬들이 만든 자료만 올라온다. 이랜드 그룹도 미국 사업을 벌이면서 후아유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역시 검색되지 않는다. 이 웹사이트는 현재 개편작업 중이다.

플래시라는 인터넷 기술의 과도한 사용도 검색을 방해한다. 한류 스타 슈퍼주니어나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사진과 동영상을 사용하는 기술인 플래시만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가 검색이 불가능해졌다. 검색엔진은 문자가 있어야 이를 읽어 내용을 파악하는데, 문자를 하나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이 웹사이트들은 플래시 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개편했지만 검색엔진에 나올 때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색이 안 되는 까닭

인터넷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술과 제도 등을 연구하는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는 최근 43개 정부 중앙행정부처 웹사이트에 대한 검색 접근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43개 부처 가운데 14곳의 웹사이트가 외부 검색엔진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하지 못할 정보가 있어서가 아니다. 비밀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은 국정원의 역할 등을 잘 검색되도록 공개한 반면, 국민들에게 공개할 생활정보가 많은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웹사이트는 차단돼 있었다.

구글,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은 사람이 눈으로 웹사이트를 보고 글씨를 읽고 클릭하듯 로봇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웹사이트를 읽고 색인으로 저장한다. 그리고 나중에 검색어를 색인과 대조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색엔진이 세계의 모든 웹사이트를 색인으로 만들면 가까운 친구하고만 나누려던 정보도 검색엔진에 노출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생긴다. 이 때문에 로봇배제표준이란 약속이 생겼다. 웹사이트에 robots.txt라는 파일을 만들면 검색엔진이 이를 출입금지 팻말로 보고 접근하지 않는 식이다.

문제는 한국에선 이 로봇배제표준이 잘못 쓰이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국회와 대법원도 이 방법을 이용해 검색엔진의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국민에게 정보를 알리려고 만든 웹사이트가 검색을 차단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 교수는 국내 웹사이트가 외부 검색을 차단하는 건 과거 관리가 서툴러 개인정보까지 검색됐던 탓에 생긴 지나친 우려 때문으로 보이지만 마땅히 공개할 정보까지 함께 막는다면 웹사이트를 만든 취지를 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김상훈 baltika7@donga.com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