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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파낸 구제역 돼지 재매립

Posted November. 23, 2011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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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으로 지난해 11월 땅에 묻은 돼지 4515마리의 사체를 골프장 건설을 위해 다시 꺼내도록 허가한 경기 이천시가 22일 돼지를 다시 그 자리에 묻겠다고 밝혔다. 사체를 꺼낸 사실이 본보 보도(22일자 A12면)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수습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다시 묻어도 될 정도로 중요하지 않은 개인의 골프사업을 국가적 비극의 흔적을 다시 들춰낼 수 있도록 무리하게 허가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천시는 모가면 소고리 일원 2만8330m(약 8585평)에 이르는 미니골프장 건설 용지에 구제역 매립지에서 21일 꺼낸 돼지 사체 4515구를 22일 매립지에 다시 묻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경 현장을 찾은 김창규 부시장은 본보 기자에게 검사 결과 병원성 세균이 검출되지 않아 별 문제는 없지만 여론과 주민 반발을 고려해 사체를 다시 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에는 사체를 1914m의 용지 위에 쌓은 뒤 비닐로 밀봉해 벽돌과 철골구조물로 덮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산권 행사라는 태도다. 시공업체의 고영만 관리소장은 구제역 발생 당시 이 땅을 임대해 돼지를 기르던 업자들이 땅 주인과 상의 없이 돼지를 묻었다며 그 때문에 땅 주인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천시 자원관리과 이천수 팀장은 가축전염병예방법 24조 단서 조항에 시장군수구청장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및 환경부 장관과 미리 협의하여 허가하는 경우에는 매립지를 발굴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며 병원균 검사 등 정해진 절차를 따라 진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장 인근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공사장 바로 옆에서 소를 키우는 윤모 씨(61)는 매립지 발굴에 대해 설명을 단 한마디도 들은 적 없다며 축산업자들이 몰려 있는 마을인데 시에서 공지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이모 씨(39)도 지난해 구제역 발생 시 모든 차량의 통행이 막혀 사료를 들여오지 못해 기르던 가축이 다 죽을 뻔했다며 공무원들이 구제역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또 이 씨는 악취가 이렇게 진동하는데 세균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덧붙였다.

이 골프장 용지는 경기 광주시에 사는 김모 씨와 김 씨의 문중이 함께 소유하고 있다. 올해 9월 시작된 골프장 공사는 2013년 8월 30일 끝날 예정이다. 돼지가 묻혀 있던 곳은 골프코스가 들어서는 곳은 아니다.



김성규 고현국 sunggyu@donga.com m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