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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약속, 쓰디쓴 대가 복지 강국들이 앓고 있다

달콤한 약속, 쓰디쓴 대가 복지 강국들이 앓고 있다

Posted January. 25, 201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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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일본 등 복지 강국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상징하듯 보편주의와 연대 원칙으로 운영하던 연금과 건강보험제도를 수혜자 개인의 이익과 시장원리에 충실한 제도로 바꾸자는 방향이다.

다시 말하면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이다. 모든 학생의 무상급식, 전 국민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내세우는 한국의 야당 및 진보단체 요구와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복지강국이 방향을 선회하는 배경에는 무시하기 힘든 현실이 있다. 경제가 늘 성장하지 않고, 수명 연장으로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자 고성장 다출산 시대의 건강보험과 연금제도는 국가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복지라는 선물은 국민에게 안겨줄 때는 달콤했지만 다시 빼앗으려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지난해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60세인 퇴직 최소 연령을 62세로 연장하고 연금 전액 수령 시점도 65세에서 67세로 늦췄다가 대규모 파업과 시위 사태에 시달렸다. 프랑스는 이 제도를 올해 1월 10일부터 시행했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지난해 재정위기에 빠지며 유로경제권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국가로 지목됐다.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를 더해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란 신조어도 나왔다.

이런 나라가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직접적인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보편적 보장 중심의 복지국가로 급작스럽게 전환하면서 경제규모가 감당하지 못한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권의 안이한 대처와 포퓰리즘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적게 받고 많이 주는 복지체제는 누가 봐도 수술이 필요했지만 국민 반대에 부닥쳐, 혹은 국민 반대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했다.

전체 인구의 23%(260만 명)가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리스는 지난해 재정이 파탄난 뒤에야 연금수령액을 평균 7% 줄이는 연금개혁안을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확정했다. 스페인도 출산수당을 폐지하고 정년을 늦추기로 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반대로 일찌감치 복지개혁에 성공한 국가는 정권이 흔들릴지언정 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개혁을 주도한 정권은 대부분 실각했다. 개혁의 성과는 다음 정권에서야 나타났다.

고부담 고복지를 택해 복지천국으로 불렸던 스웨덴은 1985년 이래 논쟁을 벌이다 1998년에 새 연금법안을 통과시켰다. 보험료 납부와 관계없이 주던 노령기초연금을 줄이고 소득에 따라 연금액을 정하는 제도를 도입한 뒤 수급 대상자를 줄였다. 이 법안을 주도한 집권당은 1990년대 초 총선에서 참패해 정권이 붕괴했다.

이처럼 복지는 가장 민감한 정치 이슈다. 관건은 현 세대와 다음 세대를 건강하게 이어주는 지속가능성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복지제도의 가장 큰 적은 눈앞의 표심()만을 추구하는 정치인인지 모른다. 이들은 국민이 견제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향해 노력하는 나라의 오늘을 살펴본다.



정위용 장강명 viyonz@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