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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덩어리 조류타고 진도까지 위협

Posted January. 04, 20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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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해제면 삼봉마을 앞 바닷가. 고무장갑을 낀 주민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3일 오후 해안 바위에 덕지덕지 붙은 타르 덩어리를 떼어 냈다.

사고 지점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곳까지 타르 덩어리가 밀려올 줄 몰라 아무런 대비를 못하다 당했다는 생각에 주민들 모두 허탈한 표정이었다. 무안군은 지난해 12월 31일 해제면사무소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상필(51) 무안군 해양진흥계장은 밀려오는 타르의 양이 조금씩 줄고 있지만 자원봉사 인력과 고무장갑 등 수거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마을에서 1km 정도 떨어진 김 양식장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이날 오전 김 양식장에 배를 타고 나간 정종남(54) 씨는 김발을 받쳐 주는 대나무와 그물에 타르 덩어리가 달라붙은 모습에 망연자실했다.

타르와 기름이 잔뜩 묻은 흡착포를 뜰채로 걷어 낸 그는 김 양식은 5, 6번 수확을 해야 하는데 지난주에는 한 번밖에 못 했다며 양식장에서 한 해 3000만4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이젠 다 틀렸다고 말했다.

정 씨와 함께 양식장을 둘러본 도리포 어촌계 조계석(60) 씨는 어촌계가 관리하는 김 양식장 240ha 대부분이 피해를 당한 것 같다. 그물 등 타르가 묻은 어구는 모두 버려야 하기 때문에 피해가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타르가 유입된 전남 영광, 무안, 신안, 함평, 진도의 김 양식 규모는 1만9000여 ha.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면 피해액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강한 북서풍과 조류를 타고 전남 서해안에 밀려온 타르 덩어리는 남해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영광군 법성면 안마도 해역에서 처음 타르가 발견된 이후 8일째인 이날 해남군 화원반도까지 확산됐다. 현재 타르가 유입된 곳은 5개 군 17개 지점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화원반도에 타르 덩어리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사리인 79일 조류를 타고 해남 울돌목을 거쳐 제주 해역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함평만 등 김 양식장이 밀집한 해역에 타르가 밀려들 것에 대비해 보호 오일펜스와 그물망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남 서해안에서는 주민 공무원 해경 자원봉사자를 합쳐 3800명이 타르 114t을 수거했다. 지금까지 전남지역에서 수거한 타르는 326t에 이른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