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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정권에 국가의 운명 맡길 수 있겠나

[사설] 노정권에 국가의 운명 맡길 수 있겠나

Posted May. 13, 20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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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관계자가 우리의 운명을 미국에 맡길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몽골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 관련) 상황이 안 좋으면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우리라면서 한 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국민이 언제 나라의 운명을 미국에 맡기라고 했나.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인데다가 현실적으로 미국을 배제한 한반도 문제 해결은 상상하기 어려우니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해법을 찾아달라고 했을 뿐이다.

현 정권은 국민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크게 미흡했을 뿐 아니라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정부는 북한 핵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했음에도, 미국과의 불화()를 증폭시킴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문정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는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매우 섭섭하게 생각한다며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용산기지 이전 등을 다 들어줬는데 미국이 그렇게 나올 수 있느냐고 했다. 금융 제재, 인권 문제 압박 등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나가겠다는 얘기다.

위조달러를 만들고, 세계 최악의 반()인권상황을 개선할 기미도 없는 북한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엄호지원하기만 하면 북한이 정상()국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시간벌기만 도와주다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주변국들을 비롯한 세계로부터 우리마저 소외당하는 불행한 사태를 자초하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미국이 북에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주고라도 핵 문제를 풀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이런 접근은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에 약속했다가 유야무야 되고 만 200만Kw 전력 지원이 바로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방북 성과도 회의적이다. 설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DJ에게 6자회담 참가 의사를 밝힌다고 해도, 회담에 나오기만 하는 것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조지 W 부시 미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 기조는 남은 임기 3년 동안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엇나가는 독자 해법을 고집할 경우 한미동맹은 더 결정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도 4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한미동맹은 상당기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안보의 틀이다. 한미동맹이 무너지면 당장 외국 투자가들부터 한국을 떠나고, 우리 경제 전반이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흔들면서 한반도에 세우려하고 하는 질서가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국민은 불안하다. 임기 2년도 안 남은 정권이 국가의 운명을 실험이라도 할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