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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닝 영화속 꿈 이루다

Posted February. 21,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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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눈도 얼음도 구경할 수 없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자메이카 선수들이 봅슬레이 종목에 참가했다. 고물 썰매를 끌고 나타난 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웃었다. 그런데 경기 중 부서진 썰매를 어깨에 멘 채 끝내 결승점을 통과한 그들을 보고 사람들은 감동했다. 멀리 자메이카에서 이를 지켜보던 14세 소년의 마음속엔 동계올림픽 메달의 꿈이 싹트고 있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쿨러닝(1993년 작)의 꿈이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주인공은 이번 올림픽 개막 한 달 전 캐나다로 국적을 옮긴 래셀레스 브라운(32).

브라운은 20일 열린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경주에서 팀 동료 피에르 로더스와 함께 4차 시기 합계 3분 43초 59를 기록해 우승팀 독일에 0.21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자메이카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브라운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 출전해 28위에 그친 뒤 캐나다로 옮겨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 그 후 결혼을 했고 캐나다 국적을 얻었다. 브라운의 모국인 자메이카는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다.

은메달을 확정한 뒤 팀 동료 로더스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린 브라운은 나를 봅슬레이로 이끌어 준 것은 자메이카라며 거기서 호흡을 맞추던 파트너와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훈련하느라 고생했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흑인으로서는 동계올림픽 개인종목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에 이어 봅슬레이에서 은메달을 딴 브라운, 22일 새벽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 이어 여자 봅슬레이 2연패에 도전하는 미국의 보네타 플라워스까지 토리노에 몰아치는 흑인 돌풍이 흥미진진하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