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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내분’ 총리-비서실장 인선 혼란

‘용산의 내분’ 총리-비서실장 인선 혼란

Posted April. 18, 2024 07:48,   

Updated April. 18, 202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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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출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인선이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에서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보수 여당의 공개 반발 등 정치적 파장이 커지면서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한 여권 쇄신 작업의 허점과 난맥상이 노출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측근 그룹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비서실장과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물군을 넓히는 과정에서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이 검토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에게 정무장관직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근 그룹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오전 관련 보도가 나오자 “실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양 전 원장은 이른바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로 불리는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며, 문재인 정부 당시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때도 박 전 장관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도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안다”며 “양 전 원장을 비롯해 대통령이 오래 교류해 온 야권 인사들이 있다”고 했다. “이번 개각과 개편의 방향성을 보수 여당이 아니라 야권 인사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넓혀 ‘협치’를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부응한다는 의미에서 검토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비서실 공보 라인에서는 “검토된 바 없다. 황당하다”며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보도 약 3시간 뒤 대변인실 명의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검토해 보라고 윤 대통령이 지시한 바 없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아이디어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공개 반발이 분출했다. 국민의힘의 초기 친윤(친윤석열) 그룹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며 “협치란 정체성과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대와 타협하는 것이지, 자신을 부정하면서 상대에게 맞춰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한 비윤 그룹 중진 당선인은 “이런 인사를 하려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며 “여당으로서의 책임도 안 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