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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호흡 맞춘 임동혁-김수연 “개성 부딪히며 내는 미묘한 맛이 우리 연주의 매력”

3년만에 호흡 맞춘 임동혁-김수연 “개성 부딪히며 내는 미묘한 맛이 우리 연주의 매력”

Posted November. 23, 2018 07:26,   

Updated November. 23, 201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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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도하고 까칠할 줄 알았는데 속이 깊고 다정하더군요.”(김수연)

 “착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그랬어요.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요, 하하.”(임동혁)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의 ‘그랑듀오’ 콘서트. 연주 바깥 이야기로 ‘손수건 공유’가 화제에 올랐다. 임동혁이 땀을 닦은 손수건을 김수연이 건네받아 이마와 목을 쓱쓱 문지른 것.

 공연에 앞서 16일 서울 강남구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군대 동기 같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따로 날아와 서울에서 만났건만 인사치레 없이 일상 대화를 툭툭 주고받았다. 둘은 2015년 ‘슈베르트 포 투’로 호흡을 맞춘 뒤 3년 만에 국내 듀오 무대에 섰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대표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첫 듀오 무대와 달리 이번엔 편안하게 의기투합했다. 같은 도시에 거주하며 이따금 음악, 고민, 밥상을 나눈 덕이다.

 “둘 다 개성이 뚜렷해 물 흐르듯 딱딱 맞는 호흡은 아니에요. 강함과 강함이 맞부딪치면서 나오는 미묘한 맛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김)

 “같은 의견이에요. 저희 듀오 무대는 (평이한) 체임버 오케스트라 스타일은 아니죠. 사실 저보다 반주 연주가 바이올리니스트 입장에선 협연하기 편할 거예요.”(임)

 베를린은 최근 클래식 연주가들의 집합소로 자리매김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조성진 김선욱 선우예권,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등이 둥지를 틀었다. 모두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다. 김수연은 “바흐 때문에 힘들 무렵 안부 전화를 걸었는데 임동혁 씨도 바흐로 고생하고 있더라”며 “‘우리 은퇴해야 하냐’며 농담하다보니 자연스레 막힌 데가 풀렸다”고 했다.

 두 사람의 요즘 화두는 ‘30대’. 10대, 20대보다 못한 체력이나 리듬감을 음악적 완숙미로 채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임동혁은 “죽어라 연습하지 않아도 공연장엔 설 수 있다. 한데 안주하는 순간 연주자의 생명은 끝”이라며 “평생 스스로를 괴롭히며 연습에 매진하는 게 연주자의 숙명이라는 걸 요즘 받아들였다”고 했다. 김수연은 “음 하나에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20대를 지나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됐다. 이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며 “특히 좋은 연주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경험과 사고의 지평을 넓히려 노력해요. 최근엔 도예를 배웠는데 흙 반죽을 만지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바로 흩어지는 음악과 달리 손에 뭔가 남는 느낌이 색달랐어요.”(김)

 “이따금 1980, 90년대 가요를 들으며 여흥을 즐겨요. 음악과 일상의 균형 사이에서 오래도록 좋은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임)


이설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