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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돌’ 아픈 역사를 돌아보다

Posted March. 30, 2018 08:02,   

Updated March. 30, 20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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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4월 3일. 14세 소녀 김인근에게 가혹한 시련이 찾아왔다. 완장을 찬 청년들이 논두렁에서 어머니와 올케, 친언니를 총으로 쏴 버렸다. 아버지는 영문도 모른 채 동네 저수지에서 돌아가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까. 당시 저수지 물이 붉게 변해 버렸다. 김인근 할머니는 60년이 지난 2008년에야 미술치료사에게 이 같은 기억을 털어놨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입구에는 김 할머니가 미술치료 과정에서 그린 그림과 글이 전시돼 있다. 할머니의 서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오롯이 전해진다.

 올해 70주년을 맞는 ‘제주도4·3사건’을 기리는 역사박물관 특별전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가 30일부터 열린다. 4·3사건 당시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했다.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1만890명이 목숨을 잃었고, 행방불명자도 4046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현대사에서 희생자 수가 6·25전쟁 다음으로 많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계엄선포 문건 원본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당시엔 계엄령이 군대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애꿎은 민간인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계엄 문건을 포함해 마산형무소 수용자 신분장 등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4·3사건 관련 기록물 9건 원본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4·3사건은 여전히 제주도민의 오랜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 있지만, 조금이나마 화해와 치유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