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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종주의

Posted August. 19, 2017 07:13,   

Updated August. 19, 20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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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인도는 1962년 10“12월 영토문제로 전쟁을 치른다. 3년 전 달라이 라마가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도록 허용한 것에 심기가 불편했던 중국. 이 참에 해묵은 국경분쟁을 끝내버릴 요량으로 그해 10월 인도를 전격 침공한 것이다. 치밀하게 전쟁을 준비한 중국은 파죽지세 승리를 거뒀지만 일방적 휴전을 선언한다. 인도의 요청에 따라 미국 소련 등 국제 역학관계에 심상찮은 변화가 예상된 탓이다.

 ▷아시아의 두 거인이 25년 만에 다시 일촉즉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인도 부탄 등 3개국 국경이 만나는 도클람(중국이름 동랑)지역에 2달 전 중국이 도로를 건설하면서 시작된 신경전이 빌미가 됐다. 엄밀하게 부탄과 중국의 분쟁지역이지만 부탄의 동맹인 인도가 가담하면서 중-인도 갈등으로 비화됐다. 국경마찰은 현재 외교전, 통상전쟁으로 치닫는 중이다.

 ▷이것만으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상황인데 중국이 새로운 불씨를 당겼다. 인도를 맹비난하기 위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서 제작한 선전 영상이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관점을 담고 있어서다. 유투브 페이스북 트위터에 게시된 신화통신의 영어 프로그램 ‘더 스파크’를 보면 중국인 배우가 터번 차림의 시크교도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인도에서 시크교도는 인구비중은 작아도 사회경제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인도의 7가지 죄악’이란 제목아래 인도를 조롱한 영상 때문에 인도는 물론 전 세계 시크교도들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인도를 뻔뻔스런 도둑처럼 묘사한 문제의 영상은 해외에 자국 입장을 선전하기 위해 제작됐지만 역풍을 불렀다.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인종적 편견을 여과 없이 드러낸 영상을 만든 곳이 바로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관영 매체라는 점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사드 보복을 계기로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고 어떤 극단적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국제 사회는 새롭게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덩치 값 못하는 중국, 이번엔 멀리 나가도 한참 멀리 나갔다.



고 미 석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