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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위기 키운 청·여당, 회고록 파문에 쾌재 부를 땐가

안보위기 키운 청·여당, 회고록 파문에 쾌재 부를 땐가

Posted October. 18, 2016 07:27,   

Updated October. 18, 201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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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물어보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어제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북한정권 결재사건’으로 규정하고 오늘 긴급 의원총회를 여는 한편 ‘대북 결재사건 위원회’를 통해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안보 이슈를 이어갈 태세다. 오늘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총공세를 펴기로 했다.

 회고록 내용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처음으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9년 전 일이니 실제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곤궁에 처할 때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를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써먹는다. 문 전 대표는 “남북 경로로 (북의 의견을) 확인하자”고 말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시인하면 새누리당의 ‘대북 결재’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고, 부인했다가 나중에 사실이 드러날 경우 ‘거짓말 장이’라는 비난을 우려했을지도 모른다.

 측근인 김경수 의원이 ‘북한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결정을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문 전 대표가 “저는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라고 말한 것을 보면 대북 인권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인권변호사를 자처하는 그가 최악의 폭압정권 아래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했다면 실망스럽다.

 그렇다고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으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이 국면 전환 카드라도 잡은 듯 문 전 대표와 더민주당을 몰아붙이는 데 박수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이 북의 ‘핵 인질’로 잡히는 안보위기에 본격적으로 빠진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했음에도 한가하게 통일대박을 외쳤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텐안먼 망루에 올랐다가 4, 5차 핵실험을 맞았다. 그제 북한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의 발사 사실도 미군 통보를 받고서야 알 정도로 우리의 안보능력은 바닥이다. 어제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라도 열어 대북 대비태세를 다잡았어야 할 텐데 돌연 연기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안보위기에 더해 경제위기는 서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수뇌부를 따로 불러 긴급회의를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국정감사도 ‘회고록 파문’으로 새로운 여야 대치정국에 접어들면서 소득 없이 끝날 것이다. 애초에 우병우·최순실·차은택 등 주요 증인 채택을 막아 사실상 국감을 무력화하면서 청와대와 ‘청와대 하부기관’ 소리를 듣는 여당이다. 회고록 파문이 박근혜 정부를 위기에서 구해줄 수호천사가 아님을 더 늦기 전에 깨닫기 바란다.



박제균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