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힐러리의 건강 이상

Posted September. 14, 2016 07:01,   

Updated September. 14, 2016 07:16

ENGLISH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69)이 11일 9·11테러 추모행사 후 졸도하는 일이 벌어지자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국무장관 시절인 2012년 뇌진탕으로 쓰러져 한 달 쉰 적이 있는 그가 건강이상설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 5일 오하이오 주 연설에선 3분이나 기침을 멈추지 못했고, 기침 때문에 기자들과도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그는 12일 CNN 인터뷰에서 “균형을 잃었지만 의식은 있었다. 폐렴 진단을 받았는데 쉬면 나을 것”이라 했다가 되레 역풍을 맞았다. 폐렴 사실을 왜 이제야 밝히느냐는 거였다. 새뮤얼 더르소 전 백악관 주치의는 “노인 폐렴은 악화될 수 있다. 체내 출혈까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전략가 출신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12일 트위터에 “폐렴은 항생제로 고치면 되지만 불필요한 문제를 계속 일으키는 지나친 ‘사생활 보호’는 무엇으로 치료하느냐”며 캠프의 비밀주의가 더 문제라고 했다. 

 ▷클린턴은 1998년 퍼스트레이디 시절 오른쪽 다리 무릎 혈전으로 발이 부어 신발을 신을 수 없어 군병원에서 비밀리에 치료받았다는 것을 회고록에서야 밝혔다. 2009년 다리에서 2번째 혈전이 발견됐던 것도 2015년 내과 전문의가 클린턴의 건강 상태를 언론에 설명할 때에야 공개됐다. 이번 일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의 격차가 2∼3%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에서 터져 나온 악재다.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투표일 11월 8일 전후로 클린턴 유고 시 다음 순번은 누구”라는 ‘경우의 수’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미 역대 대통령 44명 중 재임 중 병사자는 4명이나 된다. 미국인들이 대선후보 건강에 특히 예민해하는 이유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북핵 등 한반도 외교안보 현안에서 큰 변수를 차지할 이번 미 대선은 우리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클린턴은 추석 이후인 26일 결정적 승부처가 될 첫 TV 토론을 앞두고 있다. 건강이상을 뒤집고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재확인할 기회를 만들어낼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