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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의 라스코 동굴

Posted May. 30, 2016 07:21,   

Updated May. 30, 20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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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만 보고 와선 안 된다. 라스코 동굴 벽화를 봐야 한다. 1만5000년 전 크로마뇽인이 그린 이 작품의 감동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보다 못하지 않다. 단지 유물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예술로서의 가치가 그렇다. 벽화가 그려진 라스코 동굴을 ‘구석기시대의 시스티나 성당’으로도 부른다. 그곳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그려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필적하는 곳이다.

 ▷라스코 동굴은 1940년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 몽티냐크 마을의 소년들이 우연히 발견했다. 발견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라 본격적인 발굴은 전쟁이 끝난 뒤 시작됐다. 1948년 일반인에게 공개된 후 수많은 사람이 동굴을 찾았다. 벽화는 급속히 훼손됐다. 결국 1963년 작가 출신인 프랑스 문화장관 앙드레 말로는 라스코의 영구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고 나서 원래 위치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벽화는 물론이고 동굴을 통째로 본뜬 ‘라스코 2’를 만들었다.

 ▷‘라스코 2’가 복제동굴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프랑스인의 복제(r´eplique)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진짜 라스코 동굴에 들어가 본들 그만한 감동을 느낄까 싶다. ‘라스코 3’는 ‘라스코 2’가 미처 재현하지 못한 동굴 벽화를 재현한 것이다. 고정된 동굴인 ‘라스코 2’를 떼서 옮길 순 없고 전시용으로는 ‘라스코 3’가 쓰인다. ‘라스코 3’의 거대한 실물 크기 프레스코 동굴 벽화 5점이 한국으로 와 경기 광명시에 있는 광명동굴 앞에 전시돼 있다.

 ▷광명동굴은 일제강점기 폐광을 개발해 테마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다니엘 올리비에 전 주한프랑스문화원장이 양기대 광명시장에게 ‘라스코 3’ 전시를 제안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전시장도 놓치면 후회할 만한 걸작이다. 크로마뇽인과 장 누벨은 똑같은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속하고, 네안데르탈인에게선 찾아볼 수 없던 예술적 능력을 1만5000년의 장구한 시차를 넘어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최영훈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