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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재원들, 자녀위해 망명 택해”

Posted April. 13, 2016 07:22,   

Updated April. 13, 201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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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공관에 나온 북한의 외교관, 주재원 가운데 갑작스러운 평양 소환령이 떨어지면 탈출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자녀 교육의 미래가 사라진다며 탈출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내부적으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며 체제를 단속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부터 심리적 동요와 체제 이완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부원장은 12일 “최근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공관원과 주재원 중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 탈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고 부원장에 따르면 평양에 돌아갈 때가 됐지만 자녀가 평양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혀 함께 탈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문제로 평양에 들어가면 다시 해외에 나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자녀 교육을 위해 탈출하기도 한다. 고 부원장은 “북한 공관원과 주재원들 사이에 북한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더 일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평양의 중산층 가운데 자식만은 미래를 위해 한국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며 자녀들을 탈북하게 해 한국에 보낸 경우도 있다”며 “일반 탈북자 중에도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이 먼저 탈북한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고 부원장에 따르면 2013년 12월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전격 처형한 이후 북한의 해외 공관원, 주재원들 중 갑작스러운 평양 소환령을 받으면 탈출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평양에 소환돼 다시 해외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이젠 과감하게 탈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장성택 처형 이전에도 북한은 해외 주재 외교관, 주재원을 숙청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양으로 불러들이면서도 승진 등의 사유로 속였다고 한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 이후 이른바 ‘장성택 라인’ 숙청 바람이 불면서 수많은 공관원과 주재원이 소환돼 수용소에 가거나 처형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상황이 변했다. ‘의심스러운 소환령’이 오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공관원, 주재원이 많아졌다는 것. 지난해 5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망명한 아프리카 A국 주재 외교관도 소환당할 경우 숙청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 정권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하는 국가안전보위부, 정찰총국 핵심 간부,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연계된 해외사업 기관의 주요 간부, 외교관들이 잇따라 한국에 망명한 것도 이런 기류를 보여주는 증거에 해당한다. 해외 무역 주재원들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7일에는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처음으로 집단으로 탈출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북한 전문가는 “보위부의 직접적인 감시에도 불구하고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출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체류자들의 잇따른 이탈이 북한 체제 내부에 어떤 충격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