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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에 발목 잡혀 구조조정 내박친 한국 경제

강성노조에 발목 잡혀 구조조정 내박친 한국 경제

Posted April. 08, 2016 07:45,   

Updated April. 08, 20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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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년에 조합원 100명 이상에 대해 해외연수를 보내달라는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어제 사측에 전달했다. 성과급을 지난해의 두 배인 250%로 올려주고 조합원 사망 시 자녀나 배우자 중 1명을 특별 채용하는 고용세습 조항도 담았다. 이런 요구안을 모두 실행하는 데는 연간 4000억 원 가까이 든다.

 조선경기의 장기침체로 위기에 몰린 회사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처지에 먹자판을 벌이자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2004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탈퇴했던 현대중공업이 올해 민노총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노총 소속 기업 750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고용 세습 조항을 두고 있으니 기업이나 정부가 노동유연성을 높이자고 제언해도 먹힐 리가 없다.

 이에 앞서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은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국내법인인 한국알리안츠생명을 300만 달러(35억 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제일생명을 4000억 원에 인수했지만 노조 저항으로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사업을 접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노조가 구조조정을 거부해 회사의 주인이 바뀌면서 운명을 알 수 없게 됐다.

 노동개혁에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는 건 글로벌 기업의 흥망성쇠에서 쉽게 드러난다. 2008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비효율과 노사 갈등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일본 도요타는 ‘64년 무파업’ 문화를 업고 세계 시장을 제패했다. 국내에서 시장을 안정적으로 주도하는 기업들도 노사 상생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공통점이 있다.

 어제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4개국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모두 3% 미만으로 아시아 평균 성장률(6.1%)을 크게 깎아먹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개천의 미꾸라지 신세가 돼가는 데도 노사는 서로 다른 쪽을 보는 불통에 빠져 있다.

 지난 달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제안하면서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기업 구조조정을 전제로 돈을 푸는 정책이다. 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생략한다면 한국 경제는 실익도 없이 인플레이션과 자본유출이라는 충격만 떠안게 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3기 경제팀은 당장 현실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짜서 실천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