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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분노' 가 촉발시킨 사시폐지 유예 결정

'흙수저 분노' 가 촉발시킨 사시폐지 유예 결정

Posted December. 04, 20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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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에 따라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의 개선과 사시 존치를 주장하고 있고 사시 존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부가 일반국민 1000명을 상대로 9월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시를 2017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3.5%인 반면 존치해야 한다가 85.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적잖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시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이라고 여기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에는 로스쿨을 거쳐 판검사가 되거나 대형 로펌에 취직한 고관대작 자녀의 명단까지 나돌 만큼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로 변질됐다는 말도 나온다. 연간 최대 2000만원의 비싼 학비 때문에 로스쿨은 있는 집 자식들만 다닐 수 있는 돈스쿨 소리를 듣는다. 최근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아들 로스쿨 졸업시험 압박 사건은 사시 존치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20092011년 입학한 로스쿨 13기생 중 부모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인 경우가 18.5%로 같은 시기 사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에 입학한 사람들의 전문직 부모 비율 16.7%와 큰 차이가 없다는 서울대 연구팀의 조사결과가 있다. 로스쿨 덕분에 법조인의 출신 대학과 전공이 사시 때보다 훨씬 다양해졌고, 취약계층의 법조계 진입도 보장돼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로스쿨 졸업 후 치르는 변호사시험의 성적과 등수를 투명하게 공개했더라면 로스쿨에 대한 불필요한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로스쿨을 폐지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4년의 유예기간 동안 비()로스쿨 출신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거나, 로스쿨과 사시로 법조인 충원을 이원화하는 방안 등을 놓고 국민이 공감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는 흙수저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사시 폐지는 결국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의 종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가 돼야 로스쿨과 사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