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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군, 이 정도 응징으로 북이 움찔하겠나

청와대와 군, 이 정도 응징으로 북이 움찔하겠나

Posted August. 12, 201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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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이 굼뜨고 소극적이어서 과연 북의 재도발 의지가 꺾일지 의구심이 든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어제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그제 국방부가 북의 소행임을 밝혔을 때는 침묵했다가 미온적인 대처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나오자 하루 늦게 내놓은 대북() 경고가 고작 이 정도라니 답답하다.

박 대통령은 국방부 발표가 나온 10일 북한이 표준시간대를 변경한 것을 매우 유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으나 정작 인명을 살상한 지뢰 도발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집권 후 처음 맞닥뜨린 북의 도발을 심각하게 판단했다면 김정은을 겨냥해 단호한 대북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한 박자 늦게 청와대가 내놓은 북의 사죄와 책임자 처벌 요구도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북은 6?25부터 2010년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도발을 일으켰지만 진정으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한 적이 없다. 하나마나한 요구를 그것도 실기()해서 내놨으니 북이 이 정부의 대북 응징 의지를 얕잡아 보지 않을지 걱정이다.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며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11 곳 중 단 2곳만 가동한 것도 북의 반발을 우려한 눈치 보기라는 인상이 짙다. 2004년 남북 합의로 철거했던 대북 확성기를 2010년 천안함 폭침 후 다시 설치하고도 지금껏 가동하지 않은 것은 북의 군사적 맞대응을 겁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대북 응징 시늉만 하는 것이라면 북이 두려움을 느낄리 없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적극적으로 DMZ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지만 비무장지대 내의 매복 수색을 강화하는 수준이라면 역시 적극적 응징이라 하기 어렵다.

지뢰 폭발 당시 수색현장에 있었던 군인들은 아군이 느낀 고통의 수만 배를 갚아주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젊은 군인들이 무력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게 정부와 군이 응징을 해야 한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 고조가 결코 반가울 순 없지만 그것까지 두려워한다면 북의 군사도발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결코 지킬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결기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