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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특혜 준 정부, 뒤늦게 재벌 개혁 호들갑인가

롯데에 특혜 준 정부, 뒤늦게 재벌 개혁 호들갑인가

Posted August. 06,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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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일 당정협의를 열어 순환출자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를 촉진할 방안을 논의한다. 국세청은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관세청은 롯데 면세점 연장 허가를 백지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롯데는 1967년 국내에서 롯데제과를 창업한 이후 자산 97조 원의 재계 5위 그룹이 되기까지 정부의 각종 특혜로 성장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의 국립도서관 자리에 호텔을 세웠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있던 자리엔 백화점을 세웠다. 서울 잠실과 영등포 등 지하철역이 들어서는 요지마다 점포를 세워 떼돈을 벌었다. 일본계 지분이 99%인 호텔롯데는 정부가 내주는 특허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50.2%를 지배하고 있다.

롯데는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한다지만 소유구조나 경영행태로 보면 일본 기업인지 한국 기업인지, 제대로 된 회사인지 페이퍼컴퍼니인지 헷갈릴 정도다. 일본에 있는 자본금 2억 원의 포장재 제조사 광윤사가 일본롯데홀딩스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대규모 상장회사들을 주무르고 있다. 그룹 지분의 2.41%를 가진 총수 일가가 416개의 순환출자를 통해 황제경영을 하고 공식 직책이 없는 남동생이 회사 일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 지경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주주총회나 이사회 등 회사의 공식 기구를 통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이사와 임원들의 해임을 지시했다.

일본에 있는 비상장회사가 롯데그룹을 지배한다는 이유로 여태 손놓고 있었던 정부는 더 한심하다. 평소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5위의 재벌이 어떤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 파악하겠다고 나섰다. 지주회사가 해외에 있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국내 사업장이 있으면 소유구조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롯데의 경영권이 누구에게 가든지, 원톱(one-top) 체제가 되든 쪼개지든 그것은 주주총회 같은 공식 절차를 밟아 해결하면 된다. 다만 이번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난 불투명한 지배구조나 황제경영 방식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강제하기 전에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스스로가 국민과 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개혁안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