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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자위권 빗장 푼 일본, 전쟁범죄 반성 따라야

집단 자위권 빗장 푼 일본, 전쟁범죄 반성 따라야

Posted July. 02, 20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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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어제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료회의에서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키로 했다. 이날 각의 결정으로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 후 제정된 이른바 평화헌법에 바탕을 둔 전후() 체제에서 탈피해 세계 각지에서 군사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자위대는 사실상 국방군으로 바뀌어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필요할 경우 적대적인 외국과 교전할 수 있는 군대로 변신했다. 아베 정권은 후속 조치로 9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에 착수하고 12월에는 유사시 미군과 자위대의 역할 분담을 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할 예정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무력으로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 유엔헌장이 인정하는 모든 국가의 고유 권리다. 지금까지 일본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는 있지만 현행 헌법에 따라 이를 행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에 각의에서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편법을 통해 빗장을 풀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 여론이 엇갈린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중국은 반발하는 반면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아세안 호주 러시아 등 상당수 국가는 지지했다. 미일 동맹 강화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지력 강화 성격을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논평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미국처럼 내놓고 지지하기도, 그렇다고 중국처럼 명시적 반대를 하기도 어려운 것은 사안의 복합적 성격 때문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의 빗장을 풀었다고 해서 바로 군국주의의 부활로 몰아붙일 수는 없지만 우려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동의 없이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 유사시 자위대를 파견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피했다. 한국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북한 지역을 포함해 한반도 어느 곳에도 자위대가 상륙할 수 없도록 한미일 3국이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이 과거 한반도와 중국을 침략한 역사가 있고 위안부등 반인륜 전쟁범죄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회피하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기정사실이 된 이상 일본은 이웃나라들의 걱정과 불안을 키우지 않고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행사해야 한다. 한국도 집단적 자위권 용인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에는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되지만 사안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