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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다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사람들

슬픔의 바다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사람들

Posted April. 25, 2014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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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당한 실종자의 가족들은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 탈진한 상태로 누워있거나 링거를 맞고 있다. 분노할 기운조차 잃은 듯 구조 작업을 전하는 대형 스크린만 무표정하게 주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오가며 식사를 나르거나 수시로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고 빨래를 수거하는 이들이 보인다. 주부 대학생 직장인 등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체육관 옆 천막에 매트를 깔고 서너 시간 토막 잠을 자며 화장실 청소, 의료봉사 등 맡은 바 소임에 묵묵히 매달려 있다. 시신 발견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오열하는 가족을 따듯하게 위로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시신을 찾으러 가는 유족을 위해 승합차를 운행하는 봉사자들은 단원고가 있는 경T도 안산에서 내려온 평범한 가장들이다. 생업을 놔두고 먼 길을 달려온 이들은 같은 동네 사람이라 더 가슴이 미어진다. 시신을 다 찾을 때까지 자녀를 보는 마지막 길이라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에서 유족으로 한 순간에 처지가 달라진 단원고 학부모들을 팽목항에서 400km가 넘는 안산의 장례식장까지 매일 무료로 태워주는 택시 기사들도 있다.

온 국민이 간절히 맹골수도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원한지도 오늘로 열흘째로 접어들었다.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두 곳의 모든 일상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움직인다. 나라가 제 역할을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상황에서 정부를 대신해 자원봉사자 1만 여명이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들의 고통을 대신해줄 수는 없어도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행렬은 임시 합동분향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제 문을 연 안산의 올림픽기념체육관 분향소에는 밤늦도록 일반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리고 풋풋한 얼굴의 학생증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빈소에 걸린 모습을 보면서 조문객들은 울고 또 울었다. 분향소 입구 게시판에는 눈물어린 쪽지들로 가득 찼다. 언니 오빠들 좋은 곳에 가세요라는 삐뚤삐둘 쓴 쪽지부터 잎사귀보다 푸른 너희들이 왜 여기에창밖에 우거진 신록을 보는 것조차 사치 같구나라는 추모 메시지는 희생자 가족의 비통한 마음을 다독여주고 있다.

자원봉사는 공동체를 위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활동이다. 유엔은 자원봉사가 지구촌이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바다를 뒤덮은 죽음의 기름띠를 걷어내고 태안을 살린 것도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 덕분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기근이나 자연 재난 등 어려운 일이나 근심이 닥치면 서로 돕고 나누는 미덕을 실천했다. 조선 향약의 4대 덕목에 꼽히는 환난상휼()의 전통이 자원봉사의 물결로 계승된 것이다. 이런 정신 거대한 슬픔의 바다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키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길 기원한다. 팽목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