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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점령한 슈렉과 피오나 공주

Posted October. 12, 20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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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었다. 여배우들의 드레스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12일 폐막)에서도 주연인 배우들을 능가하는 화려한 조연이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는 신인 여배우 강한나가 입고 나온, 등과 엉덩이 일부가 파격적으로 드러나는 시스루(속이 비치는) 드레스였다. 이 옷은 국내 브랜드인 맥앤로건이 만들었다. 디자이너인 남편(로건본명 강민조)과 아내(맥본명 강나영)가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다.

이 부부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숨은 스타다. 강한나 외에도 김민정 소이현 조여정 황인영 이소연 심이영 등 무려 12명의 여배우가 맥앤로건 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전 세계의 유명 브랜드들이 무대 뒤에서 경쟁을 벌이는 영화제에서 꽤 이례적인 일이다.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쇼룸에서 만난 부부는 한나 씨를 보자마자 동양 여성들은 갖기 어려운 환상적인 뒤태가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적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앞쪽은 조신하게, 뒤쪽은 파격적으로 디자인한 블랙 드레스를 추천했다는 설명이었다.

한나 씨도 드레스를 보더니 처음엔 살짝 놀라더라고요. 하지만 실제로 입어보고 몸에 꼭 맞는 모습을 보더니 자신감을 가졌습니다.(강민조 씨)

배우 조여정은 본인의 이미지와 맞는 예쁜 드레스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두 달 전에 부부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모두 프랑스의 유명 패션스쿨인 파리의상조합학교 출신이다.

파리의 같은 회사에서 일할 때 큰 덩치로 좁은 통로를 지나다니느라 자연스레 스킨십을 하다 정이 쌓였다는 남편과, 별명이 슈렉인 남편 덕에 자연스레 피오나 공주로 불리게 됐다면서 웃는 아내는 남다른 금실로도 유명하다.

부부는 2008년 한국에서 자신들의 영어 이름에서 따온 맥앤로건 브랜드를 냈다. 그리고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그해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서 무려 23명의 스타에게서 간택을 받았다. 레드카펫 드레스의 홍보 효과가 높아지면서 해외 브랜드들도 스타 잡기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그 와중에 스타들이 맥앤로건 드레스를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부부 디자이너는 한국 여성의 체형에 꼭 맞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 옷이 아니라 배우가 돋보일 수 있게 디자인하는 점, 그리고 시대 상황과 철학을 반영하는 점을 좋게 평가해주는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