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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청년고용률 40%선 위태위태

Posted October. 07, 20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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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중소 출판사를 그만둔 김모 씨(30여)는 4년째 무직자다. 서울 소재 유명 대학을 졸업한 김 씨는 대기업으로 가겠다며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 뒤 매년 20곳 이상 대기업 신입공채에 이력서를 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주위에서는 중소기업에도 지원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하지만 김 씨는 여전히 대기업 문만 두드리고 있다. 김 씨는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을 정도지만 준비한 시간이 아까워 계속 대기업에만 지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일자리는 부족한데 김 씨처럼 대기업에 지원하는 구직자들이 갈수록 늘면서 청년(1529세) 고용률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고용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대졸자들은 대기업에만 지원하고,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다. 정부 당국은 이를 해결할 대책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청년고용률 40%대 붕괴 가시화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평균 청년고용률은 39.7%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40.8%)에 비해 1.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통상 청년고용률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계절적으로 기업 신입공채 시즌이 끝나는 연초와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여름에는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연말에는 하락한다. 지난해에도 8월까지는 매달 청년고용률 40%를 넘어섰지만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39%대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연평균 청년고용률은 2010년에 40.3%로 가장 낮았다. 40%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다. 청년고용률이 계속 하락한다면 현 정부가 유일하게 숫자로 제시한 국정과제인 고용률 70%의 달성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라며 임기 첫해부터 청년고용률이 하락한다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인은 미스매치

정부 당국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해 청년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청년고용률 하락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지만 특별한 수단이 없어 고민이라며 주된 원인으로 보이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완화시키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공공기관 직원 채용 때 중소기업 3년 이상 근무자를 우선 선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중소기업 인력 유출 등 새로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그만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또 정부는 내년에 시행되는 일학습 병행 시스템의 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고교 및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취업 후 학위를 딸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21억 원을 들여 1050개 기업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청년고용률 감소는 대학 졸업 후에도 몇 년간 일자리를 찾지 않고 취업 준비를 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열린 고용이나 일학습 병행 시스템 등의 정책을 통해 점점 떨어지는 청년고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