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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맞은 외교부 제2 유명환 사태 오나

Posted January. 20, 20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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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둘러싼 의혹의 파장이 계속되면서 외교통상부가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 문제가 제기된 지 1년이 지나도록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해명에만 급급한 외교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파동 당시 겪었던 외교부의 신뢰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19일 씨앤케이(CNK)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한 외교부의 보도자료가 허위, 과장됐다는 전날 금융당국의 발표에 폭탄을 맞은 분위기였다. 외교부가 허위자료를 배포했고 이것이 주가조작에 이용됐으며, 이 문제가 검찰 수사대상까지 됐다는 점에서 당국자들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이달 말 발표될 감사원 감사 결과에는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와 현직 외교부 직원들의 개입 정황도 자세히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난해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정확한 사실 파악보다는 해명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두 번째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은 지난해 6월. 각종 소문이 이미 증권가에 파다하게 퍼져 있던 때였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당시 자료에서 카메룬 정부는 탐사과정에서 엄격한 대조검토를 했다 카메룬은 광물개발권 부여 시 신중을 기하고 있다 카메룬 정부가 CNK의 탐사결과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내용을 반복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도 수십 장의 참고자료를 만들어 국회에 돌리며 CNK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지난해 9월 25일 외교부가 작성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 관련 설명자료에는 정부 고위 인사들이 아프리카를 방문한 기록 등을 첨부해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한국기업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외교부는 이 설명자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업컨설팅 회사인 MSA의 프로젝트 기술보고서를 사업 전망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가 CNK의 다이아몬드 개발 가능성을 상당히 유망(good potential)하다고 평가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MSA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역암층이어서 다이아몬드 채취가 어렵다 오지에 있고 국경지대에 가까워 안전상 위험이 있다 우기에는 다이아몬드 생산이 어렵다 카메룬의 비즈니스환경이 183개국 중 168번째, 국제경쟁력은 139개국 중 111위이다 등 많은 문제점이 적혀 있다. 이 보고서는 CNK가 2009년 완료했다고 주장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도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민간 환경단체가 공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막상 사실관계를 확인할 자료의 공개에는 소극적이었다. 무소속 정태근 의원은 다이아몬드 매장량 추정의 근거라는 유엔개발계획(UNDP) 자료를 외교부에 요청했다가 외교관계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런데 UNDP에 확인해 보니 이미 공개된 자료였다며 외교부가 조직적으로 이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주변에서는 사건 초기만 해도 정부가 자원외교의 성과를 알리려고 애쓰던 시점인 만큼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 자체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이후에라도 대응을 잘했어야 한다며 유 전 장관의 딸 특채 파동 때 외교부가 신뢰를 잃은 것도 이후에 외교부가 보인 안이한 인식과 태도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