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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15분내 취소 안하면 환불 못한다

Posted December. 19, 201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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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모 씨(27여)는 요즘 유료 애플리케이션(앱)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이 씨는 두 달 전 구글의 모바일 앱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2000원을 주고 내려받았던 녹음기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안드로이드 마켓의 소비자 약관상 구입한 지 15분 내에 취소하지 않으면 환불해줄 수 없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었다.

이 씨는 앱을 내려받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데만도 15분은 걸릴 것이라며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앱이 많은데도 환불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유료 앱 구입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앱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앱 환불과 관련한 국내 소비자보호 규정을 따르지 않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앱은 해외 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내 법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을 제재하려다가 오히려 유료 앱 판매 중단 등 강경대응에 나설까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법상 모바일 앱 스토어에서 구입한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구입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오류를 발견한 날로부터 30일 내에 구입을 취소하면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국산 모바일 앱 장터인 SK텔레콤의 T스토어와 KT의 올레마켓, LG유플러스의 OZ스토어는 모두 이 같은 환불 규정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은 앱 구입 후 15분 내에 신청해야만 환불을 해주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공통 규정으로 구입한 지 15분이 지난 뒤에는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이 앱을 제작한 개발자에게 소비자가 직접 연락해 환불을 요청해야 한다. 상당수의 앱이 외국에서 개발된 데다 국내 개발자들도 소규모 업체로 직접 환불을 받기가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입 15분이 지난 뒤에는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애플은 약관에 환불 기한을 명시하지 않고 있으나 안내 자료를 통해 앱 구입 후 2주 이내에 요청하면 심사를 거쳐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알리고 있다. 이 역시 국내의 환불요청 기한보다 짧다.

문제는 국내 앱시장의 84.7%를 차지하는 구글과 애플이 국내법을 어기고 있는데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의 앱스토어는 해외 본사에서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내법으로는 제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치외법권이 적용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국내 법인을 두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앱스토어 서비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국내 사업자만을 규제대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구글과 애플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구글과 애플이 앱시장에서 국내법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섣불리 제재 조치를 취하면 구글과 애플의 강경대응으로 소비자에게 엉뚱한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구글은 올 6월 대만의 타이베이 시 정부가 앱 환불 기한을 15분에서 7일로 늘리도록 명령하고 벌금을 부과하자 아예 유료 앱 판매 중단으로 맞대응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유럽연합이 유료 앱 환불기한을 14일로 정했지만 아직 구글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각국이 관련 규정 정비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