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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산의 절망버스

Posted July. 21, 201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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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남쪽에 있는 영도()는 13km 정도의 조그만 섬이지만 고려 때부터 말의 명산지로 유명했다. 이곳에서 자란 말은 너무 빨리 달려 그림자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해서 절영도()라는 옛 이름이 나왔다. 고려사에 후백제 견훤이 고려 왕건에게 영도의 명마를 선물했다는 기록도 있다. 625전쟁 때 전국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영도에 자리를 잡았다. 부산 출신 가수 현인(2002년 별세)은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고 피란살이의 애잔한 심정을 노래했다.

영도 주민이 희망버스라는 이름의 정치 노동투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사협상이 지난달 말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 철회하라며 크레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을 지지하는 노동계, 야당 인사들이 버스를 타고 영도에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면서 지역주민은 단단히 뿔이 났다. 영도에 사는 한 주민은 9, 10일 2차 희망버스가 남긴 것은 악취와 쓰레기뿐으로 오죽하면 민주당 소속 구의원도 반대했겠느냐며 30일 3차 희망버스가 내려오면 주민들이 직접 나가서 막겠다는 강경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희망의 버스 기획단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시민이 희망버스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는 왜곡된 것이라며 부산 인근 5개 공장을 폐쇄해 먹튀 논란을 빚은 한진중공업을 부산 시민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도위원의 농성 200일째인 24일을 맞아 그를 지지하기 위한 일부 야당 의원과 진보 성향 인사의 200인 시국선언도 추진 중이다. 3차 희망버스 행사를 앞두고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3차 희망버스 행사엔 2만 명이 몰려들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예정대로 강행된다면 일부 부산 시민과 시위대가 정면충돌하는 불상사도 우려된다. 부산의 시민, 경제단체 관계자 50명은 범시민대책협의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지난해 2500명이던 한진중공업 하청업체 직원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정치 노동계 인사들은 희망버스를 타기 전에 영도 주민에게 절망을 주고 있지 않은지 숙고하기 바란다.

정 연 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