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시장이나 국민연금 등에 분산매각하도록 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8.3% 지분이 현대건설 인수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0일 나온 이 중재안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현대상선 지분은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해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위협받게 되면 현대건설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물러날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가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가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이 39.23%에 달해 현대그룹 우호 지분(42.77%)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채권단의 중재안은 현대그룹에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채권단 중재안을 받아들이면 예상외로 쉽게 이번 매각 건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21일 검토할 가치가 없는 제안이라고 일단 일축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보유한 지분 8.3%가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가면 현대그룹은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처지여서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 입장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사이에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중재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때문에 그렇게 싸웠는데 이제 와서 화해하는 게 쉽겠느냐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현대그룹까지 염두에 두고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양측이 합의하지 않으면 현대건설 인수전은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선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범현대가()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현정은 회장과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중재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