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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못믿는다니 한국인 맞나

Posted May. 24, 20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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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야? 달나라에서 사나, 말이 안 통하니 외계인들이지 외계인.

예비역 해군 대위인 윤두호 씨(68)가 20일 경기 평택시 해군제2함대 앞 해군 콘도에서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윤 씨의 아들 윤영하 소령은 해군제2함대 고속정 참수리 357호 정장으로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경비정에 기습당해 전사했다

20일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맞았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증거를 내보였지만 일각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좌초설 조작설 등을 제기하고 정부를 믿지 않자 윤 씨는 외계인하고는 대화가 안 통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격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묘비문 하나 바꾸지도 못해

이날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족들은 다음날인 21일 아들들의 위패가 봉안된 해군제2함대 내 해웅사에서 열리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윤두호 씨 외에 윤 소령의 어머니 황덕희 씨(64), 서후원 중사의 부모인 서영석 씨(57)와 김정숙 씨(54), 조천형 중사의 부모인 조상근 씨(70)와 임헌순 씨(64),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 씨(64), 황도현 중사의 부모인 황은태 씨(63)와 박공순 씨(58) 등 9명이다. 박동혁 병장의 부모인 박남준 씨(54)와 이경진 씨(54), 한 중사의 어머니 문화순 씨(63)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국가보훈처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야. 젊어 죽어 대부분 후손도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들이 어디서 어떻게 전사했는지 누가 기억하겠어요.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태 씨가 탄식했다. 제2연평해전은 햇볕정책을 유지하려는 당시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 때문에 잊혀진 전투가 됐다. 현 정부 들어 추모식이 정부주관행사로 격상되기는 했지만 예우가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다. 유족들은 연평도 근해에서 전사로 돼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묘비문에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를 명시해달라는 바람이 있다. 2008년 국가보훈처가 묘비문을 바꿔주겠다고 해 유족들이 문안까지 보냈지만 아직도 답이 없다. 유족들은 정부가 흩어져 있는 아들들의 묘를 천안함 용사들처럼 묘역 한곳에 모으고 제2연평해전을 기리는 비석을 따로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치열한 전투에서 용감히 적을 맞아 싸우다 숨진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은 2002년 당시 공무상 사망으로 분류됐다. 보상금도 각각 3150만 원(병장)6700만 원(소령)에 불과했다. 이를 계기로 2004년 군인연금법이 개정됐지만 막상 제2연평해전 당사자들에게는 소급 적용 불가라며 재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다시 충격받아

천안함 침몰 소식을 들은 뒤 한 달 동안은 공황상태였어요 아직도 소화가 안돼 식사 전후로 약을 먹고 있어요.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 씨가 약봉지를 보이며 말했다. 천안함 침몰과 46용사의 죽음은 간신히 아픔을 달래던 유족들에게 다시 한번 충격을 안겼다. 박 씨는 우리 아이들로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또 비극이 벌어지니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부처님오신날, 현충일,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일, 경조사 등 1년에 10차례 가량 만나왔다. 조국에 자식을 바친 아픔을 알 사람들은 같은 전사자 유족들밖에 없었다. 천안함 침몰 다음날인 3월 27일이 박동혁 병장의 집들이 날이어서 윤 소령 부모와, 한 중사 부모가 모였다. 가족들은 제2연평해전 당시 생존자였던 박경수 중사가 천안함에서 실종됐다는 뉴스를 접하며 크게 놀랐다.

21일 오전 해웅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제2연평해전 유족들에 이어 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인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 씨(48)가 참석해 헌화했다. 윤두호 씨는 아픔을 견디라며 이 씨를 위로했다.

이날 유족들은 함대 안보공원 내 제2연평해전 전적비에 들러 묵념한 뒤 손수건을 꺼내 자식들의 얼굴이 새겨진 부조상을 일일이 닦았다. 유족들은 수천발의 총탄과 포탄 자국을 그대로 드러낸 채 묵묵히 서 있는 참수리 357호에도 올라 자식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던 자리를 둘러보고 헤어졌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