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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비난 목소리 돌연 낮춘 정부, 왜?

Posted October. 13, 200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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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일 동해로 단거리미사일 5발을 발사하고 서해상으로도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동향이 포착됐지만 정부가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과거와는 사뭇 다른 로 키(low key)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3일 북한이 동해에 단거리미사일 5발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이라면서도 논평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과거에도 수차례 시험발사된 것과 동일한 미사일로 확인되고 있다며 14일과 16일로 예정된 남북간 실무 대화를 개최하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올해 7월 4일 북한이 동해에 중거리미사일 6발과 단거리미사일 1발을 발사했을 때 공식 논평을 내고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 행위라며 강력히 비난했던 것과 대비된다.

북한의 이번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해석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응 방식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7월과 이번의 차이는 우선 미사일의 군사적 위협 정도에 있다. 7월에는 사거리가 400500km의 중거리미사일이 주류였지만 이번에는 사거리가 160km 이내인 단거리미사일이 발사됐다. 한 당국자는 단거리미사일이 지역 평화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 묵인해주는 것이 국제사회의 관례라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한반도 주변 정세도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4월 5일 장거리 로켓을 쏘고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한 뒤 6월 13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존재를 시인하면서 국제사회를 자극했다. 7월 초는 이에 대한 대북제재의 필요성이 최고조에 이를 때였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미국과 중국, 한국 등을 상대로 전방위 유화 공세를 펴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서는 큰 흐름을 주시해야지 단거리미사일 발사 같은 돌발 사안에 일일이 대응해선 안 된다는 기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동북아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통상적인 일로 치부하는 것은 국민의 안보의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을 향한 장거리미사일보다 한국을 노리는 단거리미사일이 우리에게는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13일 우리 국민이 이러한 현실에 엄중한 인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