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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곳 많은데 재정 빠듯 될만 한 건 다 판다

쓸곳 많은데 재정 빠듯 될만 한 건 다 판다

Posted September. 11, 20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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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월평동 282-1번지. 2005년만 해도 이곳은 국가가 소유한 면적 1만9835m의 황량한 나대지였다. 정부로부터 위탁개발을 의뢰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8월말 연면적 4만1358m의 최신 건물 3개동(나라키움 대전센터)을 준공했다. 조만간 선거관리위원회, 국가보훈처, 통계청 등 정부기관과 함께 민간 기업들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부처 청사를 지었고 임대료 수입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라의 곳간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잠자고 있는 국유 자산을 최대한 발굴하고 활용해 재정() 수입을 늘리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국유지 매각 규모를 올해(약 61km)보다 최대 두 배 정도 늘리고 나라키움 건물과 같은 국유지 위탁개발사업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재 임대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구와 중구 일대 국유지를 국유지 위탁개발 사업의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단된 정부 보유 기업은행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하는 작업도 이르면 내년 초 다시 추진하는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정부 보유 주식을 파는 작업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잠자고 있는 국유 자산 발굴

정부는 내년에도 경기부양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재정지출을 올해 본예산(284조5000억 원)보다 더 늘릴 계획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재정확장정책이 불가피하지만 세수()만으로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국유재산 중 돈이 될만한 것은 최대한 많이 팔아 세외() 수입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 내년에 약 120km의 국유지를 매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국유지 면적제한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유재산법상 국유재산 관리처분기준의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별시와 광역시에서는 면적 300m 이하의 국유지만 팔 수 있도록 돼 있는 기준을 2배 내외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민간이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국유지를 사기에 300m 규모는 너무 작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국유지 매각으로 잡힌 세외수입은 7836억 원으로 매각 규모를 두 배 가량 늘리면 내년에는 최소 1조 원 이상의 매각 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위탁개발사업도 활성화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9개 국유지를 위탁 개발했는데 순 시장가치만 700억 원 이상 늘었다며 1호 위탁개발사업이었던 나라키움 저동빌딩(옛 남대문세무서)을 통해 연간 약 50억 원의 임대료 수입이 국고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정부 보유 주식 최대한 활용

정부는 내년부터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주식을 기관투자가에 빌려줘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대차()거래를 추진한다. 이미 관련법 개정을 끝냈고 대차거래 사업을 대행할 곳을 물색 중이다. 대상 주식은 기업은행(정부 지분 68.47%), 한국전력공사(21.1%), 한국가스공사(26.8%) 등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원은 정부는 주식을 빌려주더라도 배당금을 예전처럼 받으면서 빌려줄 때 총금액의 3, 4% 정도를 연간 수수료 수입으로 얻을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 보면 대차거래는 위험이 없는 효율적인 주식 활용법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다음달 국회에 제출될 2010년 정부예산안에 1조2000억 원 내외의 기업은행 매각 대금을 반영하기로 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