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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군 병력은 체제유지 수단 감축 꺼려

Posted September. 10,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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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선 재래식 무력 감축이 막대한 국방 예산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남한의 2배에 가까운 재래식 무력을 운용하는 북한은 별로 매력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군 유지가 북한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랜 경제난으로 민심이 등 돌린 상황에서 군은 폭발력이 강한 젊은 세대를 강제적으로 묶어둘 수 있는 수단이다. 일자리도 없는데 병력 감축으로 청년들이 사회에 방출되면 사회 불안만 커지게 된다. 게다가 북한은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군 병력을 대규모 공사와 농업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북한이 재래식 군 병력 유지에 들이는 비용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핵 개발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대신 남한과의 재래식 군비 경쟁은 오래전에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100만 명이 넘는 군인들을 먹여 살리기는 힘들지만 북한에선 군이나 민간이나 국가가 배급을 줘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측의 대규모 경제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전제로 북한이 재래식 무력 감축 제안에 응할 수는 있다. 북한이 얼마를 요구할지도 문제지만 실질적 무력 감축까지는 어려운 문제가 많다.

우선 남북의 무기체계를 계량화해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반세기 넘은 노후 장비를 아직도 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일한 수치를 감축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한국군 기계화사단이 북한군 기계화사단 몇 개와 맞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합의하기 어렵다.

또 양측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실례로 남측은 서울을 겨냥한 장사정포와 미사일 제거가 시급하지만 북측엔 서울을 압박하는 유일한 카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장사정포와 평양 공습이 가능한 공군 감축을 연계하는 식의 비교 불가능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북한은 오래전부터 재래 무력 감축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시켜 왔다. 더욱이 남북 사이에 경제협력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신뢰가 뒷받침돼야 할 남북 동시 사찰이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주성하 zsh75@donga.com